"부모의 욕망이 자녀를 분노하게 만든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부모의 어떤 욕망으로 인해 자녀가 분노하게 될까요? 부모에게 욕망은 어떤 의미일까요? 욕망은 자기 안에서 자연 발화되는 감정입니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거는 기대라고 할 수 있죠. 자신이 이루지 못한 걸 대신 이루어주길 바라는 마음, 부모가 바라는 대로 자식이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 남들보다 더 좋은 인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죠. 대개 이런 마음은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포장해 버리죠.
이러한 부모의 바람에 자녀도 순순히 동의할까요? 아이도 어릴 땐 부모 뜻에 따라야 한다고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이런 간섭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입니다. 스스로 판단할 시기가 되면 아이도 자기 선택에 따라 사는 게 맞습니다. 그때는 부모의 욕망이 아닌 자신의 욕망을 따라가야 하겠죠.
아이가 자기 의지대로 판단하지 못할 시기에 부모의 욕망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시기에 서로 별다른 문제없이 관계가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녀도 사춘기를 거치며 몸도 생각도 점차 성장합니다. 자기 주관이 생기기 시작하죠. 대체로 이때부터 부모와 충돌하는 시기입니다. 부모는 앞에도 적었듯 '모든 희생은 자식을 위해서'라는 창을 들고 아이를 대합니다. 아이는 그런 부모에게 반감에 방패로 맞섭니다. 창과 방패의 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더해집니다.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죠. 결국 서로에 대한 원망과 상처만 남을 뿐입니다.
부모의 욕망은 자녀에게 동의를 얻지 않은 감정입니다. 동의를 구할 필요 없죠. 이런 욕망으로 인해 상대방 즉, 자녀에게 고통을 준다면 어떨까요? 고통을 받는 자녀는 어떤 감정일까요? 자기의 동의 없는 부모 욕심으로 인해 자신이 고통받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분노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의해 해악을 당했을 때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부모의 맹목적인 욕망으로 인해 충돌하고 이로 인해 상처받을 때 자녀는 고통을 경험하죠. 그러니 부모의 욕망으로 인해 상처받은 자녀는 분노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부모의 욕망을 맹목적으로 비난만 할 수 있을까요? 부모 자식 관계에서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는 건 부모의 의무일 테니까요. 그런 의무를 위해 부모도 제 역할에 충실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욕망에 쾌락이 동반되는 상황입니다. 자녀를 통해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쾌락을 느끼는 거죠. 어떤 의미일까요?
예를 들어 A는 상대방의 실수로 인해 분노를 느끼고 이를 해소할 목적(욕망)으로 상대를 폭행합니다. 반대로 B는 처음 보는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폭행했습니다. 묻지 마 폭행이죠. 이는 단순히 자기의 욕망을 해소해 쾌락을 맛보기 위한 행위인 거죠. 이 둘 중 어느 쪽이 더 죄가 무거울까요?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폭행이라는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부모 자식 사이에 이런 유사한 상황이 생기지 말라는 법 없죠. 서로 대립하는 과정에 감정이 격해지면 충분히 일어날 상황이죠. 본질은 잊은 채 감정만 남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꼴입니다. 그 시작은 부모의 욕망이었고, 이에 반하는 자녀의 분노가 충돌한 거죠.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욕망은 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정은 통제 가능하죠. 부모의 감정 통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부모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책임에 부여된 욕망은 따라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욕망이 우선되지 않게 부모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부모와 아이 중 조금 더 이성적인 게 부모이니 부모가 하는 게 맞겠죠. 적절히 통제된 욕망은 자녀에게 고통을 적게 줄 것입니다. 그로 인해 자녀도 고통으로 인한 분노를 덜 느끼겠죠. 사춘기 때 자연발화되는 분노는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자녀도 어느 시점이 되면 자기 통제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부모 자식 관계도 조금 더 안정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테고요. 그 시작은 부모의 감정 통제입니다.
성인군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부모라면 성인군자가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불행히도 부모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지요. 부모도 자기 안에서 이성과 본능이 수없이 충돌할 것입니다. 자책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말이죠. 그렇다고 부모가 먼저 이성의 끈을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 관계는 영영 되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 더 이성적인 부모가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런 노력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이도 조금 더 노력하지 않을까요? 그게 결국 부모 자식 관계가 나아지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