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올해 추석의 최대 화두는 고향 방문, 시댁 방문이었다. 실제로 모 온라인 카페에선 추석 전 시댁 방문여부를 놓고 희비가 엇갈렸다고 한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단 시간 유행하고 끝나길 바랐던 기대와는 달리 좀처럼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은 시간이 가도 나아지지 않는 환경에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일이 새로운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봄, 여름을 보내고 가을에 들어서고 있는 요즘 추석을 맞이했다. 정부에선 추석을 맞아 가급적 이동을 자제하길 권고했다. 자칫 대 유행이 될 수도 있기에 사전 예방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여러 공공기관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운영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납골당은 추석 5일 동안 폐쇄한다고 했고, 연휴 앞뒤로 예약한 사람에 한 해 음식물 반입 없이 잠깐의 방문을 허용한 다는 운영 방침을 알려왔다. 나도 3년 전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납골당에 큰 형을 모셔둔 터라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와 형을 모시고 추석 전 주말 아무런 준비 없이 정해진 시간에 방문한 걸로 대신 했다. 3년 째 다녔지만 빈손으로 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고, 무언가 중요한 걸 빼먹은 것 같은 허전함은 어쩔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더욱 각 가정에서도 자발적으로 이동을 자제하길 바랐다. 이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 며느리의 시댁 방문이었다고 한다. 시댁에서 미리 안 와도 된다고 연락을 받는 며느리와 그렇지 못한 며느리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이런 희비가 온라인 카페의 핫이슈였다고 한다. 실제로 시댁을 방문하지 않은 가정에선 모처럼 만의 여유를 즐겼다고 한다. 매년 최소한 두 번은 폭발적은 가사노동으로 인해 적지 않은 후유증을 얻는 게 며느리들의 현실이었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연휴 같지 않은 연휴였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연휴다운 연휴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동을 자제하길 바라는 방침이 무색할 만큼 전국의 휴양지 방문자 수가 늘었다는 건 씁쓸했다.
이번 명절은 어느 때 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대유행의 기로에 서있다는 정부의 절박한 발표에 국민들도 동감하는 분위기였다. 국민 모두 같은 의식으로 한 몸처럼 실천해야 하루 빨리 이 고통의 시간을 끝낼 수 있을 거라 믿어왔다. 대이동이 대유행의 단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행인 건 확진자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단정 짓긴 이르지만 명절 기간 동안 숫자는 늘지 않았다. 질병으로 인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현실을 살고 있는 지금이다. 피로감이 더해지고 있는 일상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찾아온 명절을 마냥 즐길 수도 없었다. 이번 명절이 누군가에겐 고통을 더하는 시간일 수 있었고, 누군가에겐 그동안의 무거운 짐을 잠깐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 같다. 취준생은 친지들의 관심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차라리 나을 수 있는 요즘일 거고, 자영업자는 고향을 가지 않는 이들로 인해 매출이 조금이라도 늘길 바란 며 칠 이었을 거고, 며느리들에겐 모처럼 가사노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추석은 한 해 동안 노력해 얻은 결실을 가족들이 모여 함께 나누는 시간이다. 올해는 질병과 날씨로 인해 풍족하지 못한 해일수도 있다. 이로 인해 모두의 마음에 여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그런 그들을 탓할 수도 없는 한 해였다. 지금 같은 낯선 환경은 비단 한 개인에게만 주어진 건 아니다. 고통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다. 모두 함께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나마 마음의 무게를 덜 수 있을 것 같다. 덜어낸 마음의 무게만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채울 수 있다면 지금 이 고통의 시간도 빨리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