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 중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중 도로 정체는 하느님도 손을 쓸 수 없는 일 중 하나이지 싶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서울, 그것도 강남은 단연코 최악입니다.
해킹당해 폐쇄시켰던 인스타그램을 다시 살리는 중입니다. '0'부터 시작입니다. 이번에는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컨설팅을 받기로 했죠.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전문가의 손을 통해서 말이죠.
오늘은 양재동에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인 지인의 스튜디오를 빌려 코칭을 받았습니다. 카페 못지않게 잘 꾸며진 공간에서 책을 배경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 위해서였죠.
다양한 배경에서 책이 돋보이게 연출하는 법과 꾸민 듯 안 꾸민 듯 '꾸안꾸' 스타일로 사진 찍는 방법까지 연습했습니다. 또 자리를 옮겨가며 다양한 포즈를 동영상도 찍었죠.
동영상 편집은 캡컷으로 작업합니다. 짧은 분량의 동영상 몇 개를 템플릿을 활용해 한 화면에 담았습니다. 템플릿에 담긴 기본적인 효과 덕분에 수준 높은 영상으로 연출됐습니다.
역시 전문가 손길이 닿으니 수준이 다릅니다. 혼자 했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 가르치는 분도 배우는 저도 서로 뿌듯했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물 덕분에 돌아오는 발걸음에 날개를 단것 같았습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 강남 대로에 올라섰습니다. 한남대교까지 직진으로 이어졌고 예상 도착 시간이 16분으로 안내됐습니다.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교통 상황 빅데이터도 믿을 게 못 됩니다.
양재동에서 한남대교까지 44분 걸렸습니다. 목적지가 한남대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신 강변북로를 탔습니다. 어김없이 정체 중입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교통상황 안내 전광판에 성산대교까지 40분으로 표시됩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보다 더 걸리면 걸렸지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더 늦어지지만 않길 바라고 핸들을 붙잡았습니다.
성산대교를 지나 가양대교를 벗어나 자유로에 접어들면서 정체가 풀렸습니다. 일산에 도착하니 정확하게 2시간 20분 동안 운전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울이 선사한 병맛 도로 정체를 맛봤습니다.
도로 정체는 제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정체가 싫으면 중간에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 가던 길 계속 가겠다면 앞차 꽁무니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죠.
막히는 길에서 운전하는 게 즐거운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즐겁지 않더라도 그 시간을 나름대로 쓸모 있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겠죠. 선택할 수 있는 건 통화나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는 정도겠죠.
(운전 중 통화는 위험해하지 못하게 하지만 많은 사람이 하는 걸로 압니다)
저도 막히는 도로에서 앞차만 멍하니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뭐라도 하려고 하죠. 오디오북을 듣거나 지인과 통화하거나 음악을 듣죠. 그것도 운전 시간이 짧거나 기분이 좋을 때 이야기입니다.
1시간 이상 정체 속에 있으니 만사 귀찮습니다. 당장 차를 버리고 싶지만, 꾹꾹 눌러 참았죠. 한편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해하려고 애썼습니다.
나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현명한 태도이겠죠. 바꿀 수 없는 걸 바꾸려고 해 봐야 스트레스만 받습니다. 또 괜히 흥분되고 조급해지고 불안감도 생기겠죠.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맞닥뜨리면 체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발버둥 친다고 상황이 나아질 리 없죠. 다만 그 시간을 조금 더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은 선택의 몫입니다.
물론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적어도 마음만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결국에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순리이죠.
바꿔 말해 차가 밀리면 잠자코 핸들 붙잡고 그 시간을 즐기자는 겁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마음 만이라도 여유를 갖는 게 스트레스 덜 받는 태도이겠죠. 저는 이렇게 글로 쓰면서 화를 누그러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