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곳에서 발견하는 소중한 글감

by 김형준


장사꾼이 밑진다고 판다는 말을 믿는 사람 없습니다. 아무리 깎아줘도 남는 게 있기 마련이죠. 사는 사람도 장사꾼의 뻔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삽니다. 또 하나, 글을 쓰고 싶은 데 뭘 쓸지 모르겠다는 말도 흔한 거짓말 중 하나입니다. 혹자는 진짜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백지를 마주하면 머리도 하얘진다고 말하죠. 틀린 말이 아닙니다. 누구나 백지와 마주하면 글감이 떠어르지 않는 게 당연하죠.


정말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글을 쓰지 못하는 걸까요? 훈련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특별한 데서 글감을 찾으려는 생각이 눈앞에 글감을 지나치게 합니다. 바꿔 말하면 글감은 일상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모습에 글감이 담겨 있죠.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들리고 만져지고 느껴지는 모든 게 글감입니다. 오감을 동원하면 그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될 수 있죠.


요즘 본방사수 중인 드라마, 점심으로 먹은 음식, 아침에 마신 커피 한 잔, 상사의 잔소리, 후배의 실수, 거래처의 클레임 등등. 이런 일상의 사소한 장면에 나의 생각을 더하는 게 글쓰기입니다. 어때요? 어렵지 않죠? 다만 그때 그 장면을 관찰하고 옮겨 적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겠죠. 이건 어떤 기준이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한 자세히 적어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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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우리는 일상의 발견이라고 말합니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이 글감을 발명하려고 애씁니다. 발명보다 발견이 더 쉽지 않을까요? 발견을 위해 필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일상에 보다 더 관심을 갖는 거죠. 관심을 갖기 위해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조금 더 정성을 더하면 됩니다. 정성이 더해질수록 글감은 넘쳐납니다. 오히려 쓸 말이 넘쳐나 뭘 써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다음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기억입니다. 어제 일 중 기억에 오래 남은 장면, 며칠 전 타인에 의해 감정이 상했던 상황, 몇 년 전 아는 사람에게 배신 당한 순간까지. 기억을 되감았을 때 떠오르는 장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때 그 상황에 대해 자세히 적는 것도 쓸만한 글감입니다. 거기에 내 생각과 배운 점등을 더하면 독자에게 공감받는 글로 충분하죠.


아무리 떠올려봐도 쓸만한 기억이 없을 때 써먹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순간의 감정을 적어보는 겁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 마음을 글로 옮겨보는 겁니다. 아니면 조금 전에 겪은 일에 대한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해 보는 거죠. 누구나 감정이 있습니다. 감정의 종류는 보편적입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독자에게 공감받습니다.


어떤가요? 써먹을 수 있는 글감이 꽤 많지 않나요? 이 글에 나열한 것들 하나씩만 써도 한 달은 걱정 없지 않을까요? 한 달이 뭔가요, 살아가는 내내 쓰고도 남을 겁니다. 그러니 글감이 없다는 장사꾼의 뻔한 거짓말 같은 핑계는 이제 그만하면 좋겠습니다. 쓸까 말까 망설이면 쓰지 못합니다. 일단 쓰고 나서 고치면 꽤 괜찮은 글이 됩니다. 일단 쓰려면 아무 글감이나 정해 쓰는 게 순서겠지요.



https://youtu.be/NjUa6zCdK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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