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글을 쓰면 생기는 변화들

by 김형준

몇몇 발명품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중에서 콘크리트는 인류를 보다 안전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게 했습니다. 콘크리트의 독특한 성질이 다양한 형태의 건물을 낳았습니다. 시멘트, 물, 자갈을 섞으면 죽처럼 걸쭉한 상태가 됩니다. 다양한 형태의 틀에 부으면 원하는 모양이 만들어지죠. 틀에 채워져 굳고 나면 100년도 끄떡없는 힘을 갖게 됩니다. 더 큰 힘으로 부수지 않는 이상 결코 부서질 걱정 없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거죠.


사람도 콘크리트처럼 한 번 굳어지면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본모습이 정해집니다. 한 번 굳어진 모습은 나이를 먹고 경험이 더해질수록 더 단단해질 뿐이죠. 외부의 영향에도 좀처럼 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긴 시간 굳어진 생각, 태도, 가치관등이 어지간해서는 균열이 생기지 않죠. 오죽하면 사람은 바꿔 쓰는 게 아니라는 말까지 나왔을까요? 이는 나이가 들수록 더 견고해집니다. 한편으로 나이 들어서 변화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43살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중년에 해당하는 나이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대개 두 가지 선택 앞에 놓입니다. 살던 대로 계속 살든가, 변화를 택해 이전과 다른 삶을 살든가. 많은 사람이 변화를 두려워하기에 살던 대로 살기 바랍니다. 섣부른 도전으로 인해 그때까지 쌓아온 것들을 잃을까 싶은 거죠. 그 시기에는 대부분 자기보다 가족이 우선입니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 노후 준비 등에 매달 번 돈에 대부분이 들어가죠.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선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글 쓰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도전을 선택했죠.


지난 8년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여러 면에서 변화를 경험해 오는 중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퇴직 후 하고 싶은 일을 갖게 되었다는 겁니다. 하고 싶은 일도, 잘하는 일도 없었던 제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글쓰기를 통해 찾게 되었죠. 무엇보다 글을 쓰면 얻게 되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에서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나이 들수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읽고 쓰는 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가능한 일이죠. 투자금도 매장이 필요하지도 재고도 없다는 게 큰 장점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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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는 8년 동안 글을 쓰면서 스스로 검증했습니다. 이 일이 나와 잘 맞는지를요. 검증에 필요한 다양한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어쩌면 나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과정이었죠.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습니다. 그러니 나에게 대해 제대로 알리 없었죠.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 태도, 가치관, 감정, 비전, 꿈, 목표 등 과거에 모른 척했던 것들을 직시했죠. 그 덕분에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어떻게 바로잡야 할 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전과 다른 삶을 사는 중입니다.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책만 읽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읽은 것을 바탕으로 글로 쓰는 과정에서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었죠. 또 쓰는 과정에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있다면 안다고 할 수 있죠. 반대라면 여전히 모르는 것이고요. 이걸 메타인지라고 말합니다. 메타인지는 결국 나를 더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글로 쓰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글을 쓰려면 저절로 혼자되어야 합니다. 혼자되면 자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게임이나 영화를 보며 혼자되는 것과는 다르죠. 글 쓰는 시간 30분 1시간 때로는 그 이상 온전히 자기에게 집중합니다. 글 쓰기 전에는 그럴 기회도 시간이 없었죠. 이게 이유라고 하기는 불분명하지만, 삶이 나아지지 않았던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본 적 없었죠.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면서 점점 더 혼자되는 시간을 즐기고 빠져들었습니다. 그 시간이 쌓이는 만큼 삶의 질도 높아졌다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글쓰기의 효과 중 하나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해졌죠. 또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고요. 남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당당하게 합니다. 나만의 논리로 나의 의견을 주장합니다. 이전에도 생각은 하고 살았지만 표현하는 건 남의 일이었습니다. 조리 있게 말하고 쓰는 게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배운 적도 없었고 배우려고 하지 않았었죠. 8년 동안 꾸준히 쓰면서 몸으로 체득했기에 지금은 당당하게 저의 의견을 밝힙니다. 글만 꾸준히 써도 저처럼 여러 효과를 갖게 된다고 말이죠.


콘크리트가 굳기 전 상태에서는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과 콘크리트의 가장 큰 차이는 굳은 다음 단계에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오랜 시간과 더 큰 힘이 가해지면 깨질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외부 자극과 스스로 선택에 따라 언제든 말랑한 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글 쓰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이미 경험한 것들을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글 쓰기를 선택한다면 말이죠. 글을 쓰는 만큼 사람은 말랑해집니다. 이후에는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근사한 모습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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