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만 한 구멍이 댐을 무너뜨린다

문제는 작게 쪼갤수록 문제가 아니다

by 김형준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할 때 가장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막막함'이라는 감정입니다. "출판사를 차리고 싶다", "강사가 되고 싶다"라는 꿈은 원대해 보이지만, 정작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제자리걸음만 하기 일쑤입니다. 문제가 너무 크면 우리 뇌는 그것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회피하려 듭니다. 글쓰기는 이 거대하고 위협적인 문제를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작은 단위로 해체하는 '분해의 도구'입니다.


최근 제가 출판사 '코기토 하우스' 설립을 준비하며 느꼈던 경험입니다. 처음에는 '출판사 설립'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숨이 턱 막혔습니다. 등록 절차, 원고 수급, 마케팅, 유통망 확보 등 수십 가지 일이 엉켜 거대한 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었죠. 불안이 엄습할 때 제가 한 일은 역시 펜을 드는 것이었습니다.


빈 종이 가운데에 '출판사 설립'이라 적고, 거기서 파생되는 질문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습니다. "등록은 어디서 하는가?",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 "첫 책의 주제는?" 신기하게도 글로 적기 시작하자 문제는 더 이상 '벽'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오늘 해결해야 할 '방문할 곳 리스트'와 '검색할 키워드'로 변해 있었습니다. 20회의 커리큘럼을 가진 강사 양성 과정을 설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대한 교육 과정을 한 장의 '마인드맵'으로 시각화하고 글로 조각 내자, 저는 비로소 '등산'이 아닌 '산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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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인간의 단기 기억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5~9(대략 7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우리가 인생의 큰 문제를 앞에 두고 마비되는 이유는, 뇌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정보(인지적 부하)를 감당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이 과부하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고민을 글로 적는 순간, 정보는 뇌 밖으로 이동하여 '가시화'됩니다. 뇌는 이제 정보를 붙들고 있을 에너지를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온전히 쏟을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전산학에서는 '분할 정복'이라 부릅니다.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을 만큼 작은 문제로 나누어 각각을 해결해 나가는 이 전략은, 글쓰기를 통해 우리 삶에 가장 완벽하게 구현됩니다.


막연한 고민을 해결 가능한 과제로 바꾸려면 문장을 다듬는 방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동사로 끝내기

"은퇴 후가 걱정된다"라는 감정의 문장을 "은퇴 후 필요한 최소 생활비를 계산한다"라는 행동의 문장으로 고쳐 써보세요.


숫자 넣기

"글을 많이 쓰겠다"가 아니라 "매일 아침 7시에 30분간 500자를 쓰겠다"로 구체화하십시오.


우선순위 재배치

나열된 문제들 앞에 번호를 매기세요. 퇴고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20%의 일이 결과의 80%를 만든다는 '파레토 법칙'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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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난제들은 한 번에 해결되는 기적 같은 일이 드뭅니다. 대신 우리가 그것을 글로 적고, 분석하고, 잘게 쪼개는 과정에서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갑니다.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그 거대한 고민을 지금 당장 종이 위에 올려두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당신이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일로 쪼개어 보십시오. 문장이 구체적이 될수록 당신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실행의 용기가 차오를 것입니다.


[오늘의 퇴고 연습: 고민의 분해 작업]

Q. 당신을 가장 막막하게 만드는 '큰 숙제' 하나를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숙제를 끝내기 위해 필요한 5가지 하위 단계를 적어보십시오. 마지막으로, 그 5가지 중 지금 당장 1분 안에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하나를 찾아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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