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주머니에 동전이 들어있을 때가 거의 없습니다.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에서 700원짜리 생수도 카드로 결제하니 말입니다. 점점 현금을 받는 곳이 줄어드는 것도 한 몫합니다.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주는 버스도 점점 사라지는 중입니다. 카드만 사용하는 게 편한 건 사실입니다. 무겁고 불편하게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동전이 사라지는 것도 어쩌면 변해가는 세상 속 한 장면인 것 같습니다. 이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지요.
동전을 들고 다닐 때 주머니 속에는 여러 종류가 뒤섞여 있기 마련입니다. 금액에 따라 크기와 무게가 제각각이죠. 50원, 10원을 손가락 감각 만으로 쉽게 구분하지 못합니다. 100원과 500원은 크기와 무게가 확연하죠. 조금만 감이 있어도 주머니에서 미리 금액을 구분해 꺼내놓기도 합니다. 직장생활도 주머니 속 동전과 비슷했습니다. 그때 저는 10원과 50원 그 사이 어디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과 구분될 또렷한 무언가가 없었죠. 시키는 일만 했고 탁월한 성과를 낸 적도 없었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낼 때 10원짜리 뒤에 바짝 붙어서 슬쩍 빠져나오는 50원 같은 존재였었죠
직장생활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려면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송곳처럼 남다른 면이 있어야 합니다. 하다못해 주머니에 손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500원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자기 계발은 물론이거니와 사내 정치도 능숙해야 할 테고요. 이마저도 흐리멍덩하면 어느 순간 100원짜리인 줄 알았는 데 10원짜리를 꺼냈을 때 황당해하는 주인의 차가운 멸시를 견뎌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순간이 자주 온다면 아마 영영 주머니에 다시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죠. 짜증만 유발하는 10원짜리는 사실 없어도 그만일 때가 더 많습니다. 10원까지 계산해 받는 곳도 거의 없기 때문이죠.
주머니 속에서 부대껴도 그나만 그 안에 있는 게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주머니 밖으로 나오면 스스로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10원부터 500원짜리까지 가치를 증명할 때 생존도 가능합니다. 10원의 가치 밖에 보여주지 못하면 그만큼만 누릴 수 있고, 반대로 500원짜리임을 증명하면 그에 걸맞은 삶을 살게 되죠. 다행인 것은 이 가치가 직장처럼 정해진 틀에 의해 평가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기 노력에 따라 얼마든 원하는 가치가 됩니다. 물론 직장보다 더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치열한 만큼 가치를 입증해 내면 보다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축구 경기 시작 전 주심은 양 팀 주장 앞에서 동전을 던집니다. 주심 손 또는 잔디에 떨어진 동전이 어느 면인지 맞춘 팀에게 유리한 진영을 선택할 우선권을 줍니다. 반대로 진 팀에게는 공격권을 줍니다. 동전 던지기는 50대 50의 확률 게임입니다. 한쪽이 이기면 반드시 다른 쪽은 지기 마련이죠. 사람이 변화를 선택하는 것도 어쩌면 이 동전 던지기 게임과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동전을 100번 던지면 그중 적어도 한 번은 다른 면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 한 번이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하죠.
동전 던지기는 99.9퍼센트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남은 0.1퍼센트의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다면 결코 지는 게임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0.1퍼센트 마저도 운이 더 크게 작동하는 게 맞을 겁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게 철칙처럼 받아들입니다. 웬만해서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죠. 저도 과거에는 그렇게 믿었었습니다. 인생이 의지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요. 다행인 건 동전 던지기와 달리 사람이 변화를 선택하는 것은 운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철저히 자기 의지에 의해 동전의 반대면을 선택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한 번 반대면을 선택했다면 그다음 동전을 던져도 같은 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운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의지대로 변화를 선택한 이상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기 마련입니다.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죠. 이미 원하는 면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운에 맡길 이유가 없습니다. 운에 맡기는 건 과거 나약했던 그때로 충분합니다. 남은 시간은 오롯이 자기 의지대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은 동전이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둘 중 마음에 드는 면을 얼마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선택에 의해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집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동전의 쓸모는 점점 사라집니다. 대신 보이지 않는 가상화폐의 가치는 아직 또렷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 저마다의 미래도 나의 선택에 따라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가상화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종류의 동전이 되고 싶은가요? 가치를 스스로 정하는 동전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