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진짜 인생은 언제부터 시작될까요? 꿈에 그리던 직장에 입사한 순간? 원하는 자리로 승진했을 때? 더 많은 수입과 안락한 집을 갖게 되었을 때? 아니면 안정된 노후를 시작할 때? 제가 생각하는 시작은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살 결심을 한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못마땅했던 내 모습을 내 마음에 들게끔 변화를 선택하는 순간이죠.
한 편의 글은 크게 두 과정으로 나눠 씁니다. 생각을 풀어내는 초고와 그 글을 다듬는 퇴고입니다. 초고는 거친 글이라고 표현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단계이지요. 글을 쓰는 그 순간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붙잡는 행위입니다. 그래야 원고의 내용이 풍성해집니다. 또 이 단계를 거쳐야 쓰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낼 수 있죠. 마치 코스요리를 만들기 위해 온갖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인 거죠.
반면 퇴고는 그 재료를 이용해 가장 맛있는 요리로 탄생시키는 단계입니다. 잡채 본연의 맛을 내는 재료의 종류와 양을 정하고 조리 방법을 지켜 완성해 내죠. 각각의 요리를 완성해 내 하나로 모으면 코스 요리가 됩니다. 글도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비로소 글 다운 글이 됩니다. 불필요한 단어는 덜어내고 서술 구조를 손보고 맞춤법을 바로잡으면 그제야 제대로 된 글로 재탄생합니다.
43살까지 초고처럼 거친 인생을 살았습니다. 단 한순간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았죠. 그때 그 모습이 최선이라고 여겼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 막연히 기대했죠. 기대만으로 인생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미련했었습니다.
인생의 퇴고를 시작한 순간은 책을 읽으면서부터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읽기 시작한 책이 '두 번째 인생의 퇴고"가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수백 명의 인생을 만나면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 물음에 답을 글로 쓰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으로 조금씩 고쳐나갔습니다. 책에서 배운 대로 나를 퇴고하면서 삶도 서서히 변화해 갔습니다.
퇴고는 더 나은 문장을 쓰겠다는 작가의 의지입니다. 초고를 과감히 포기할 때 퇴고할 기회가 생기죠.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까지 내 모습이 못마땅했다면 제일 먼저 내려놓아야 합니다. 과거 나를 붙잡고 있으면 기회는 생기지 않습니다. 더 좋은 걸 손에 넣고 싶다고 지금 손에 있는 걸 버리는 게 먼저입니다. 그때의 용기와 결단이 원하는 삶으로 이어지는 시작이죠.
내가 쓰는 문장에 정답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모습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 쓴 문장, 인생을 고칠 용기가 있느냐입니다. 다행인 건 용기를 내면 더 좋은 문장도 인생도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았던 저도 어느 순간 결단으로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물론 앞으로 더 나아질 태고요. 이건 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도 이미 수많은 사례에서 보고 배웠습니다.
내가 원하는 인생은 언제 시작될까요? 두 번째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그 순간부터입니다. 그 다짐을 시작으로 과거의 나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나와 점점 가까워집니다. 고치면 고칠수록 유려한 문장이 되는 게 퇴고입니다. 못마땅한 나를 바로잡을수록 더 근사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납니다. 인생의 퇴고는 나 하기 나름입니다. 내가 원하는 진짜 인생도 그때부터 시작될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