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은 늙지 않고 깊어질 뿐입니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깊어질 기회를 만들지 않는 겁니다. 이 차이는 당장 표가 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격차가 벌어집니다. 또 글쓰기로 깊어진 사람에게는 그만에 무기가 생깁니다. 기록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검증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갖게 되는 거죠.
우리 인생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속도에 집중하는 시기이고, 다른 하나는 밀도를 높이는 시기입니다. 속도는 2,30대를 의미합니다. 누구보다 빨리 자리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배워야 하는 때이죠. 또 같은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고요. 이 시기에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만의 속도를 갖게 됩니다. 물론 그 자리가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원치 않아도 그 자리는 영원히 자기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자리바꿈을 하게 됩니다. 직장인에게 퇴직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요. 퇴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의 질과 의미가 달라집니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바랍니다. 그저 그런 인생을 바라지 않죠. 문제는 의미 있게 사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는 거죠. 당장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이다보니 원치 않는 일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아니니 생명력이 짧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속도에 집중할 시기부터 글을 썼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부족한 게 무엇인지 꾸준히 기록했습니다. 기록을 통해 스스로 검증을 게을리하지 않았죠. 기록은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었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보여줬죠. 자연히 주변 사람은 물론 그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매력을 뽐낼 수 있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퇴직의 순간에도 그간의 기록은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되었죠. 그는 다시 한번 속도를 낼 준비를 합니다. 이번에는 빠르기보다 밀도에 집중하죠. 이제까지 기록을 바탕으로 자기만이 전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차별화인 거죠.
퇴직 이후는 속도보다 밀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밀도에 따라 내 삶의 질도 달라집니다. 밀도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전까지 쌓아온 경험이 더해져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과거의 기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행히 저는 8년 전부터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적어왔죠. 기록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두 번째 인생을 위해 퇴직했습니다. 그 사이 하고 싶은 일을 정했고, 그 일을 위해 매일 정진하는 중입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다행인 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분명히 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시간을 더 밀도 있게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이죠. 이제까지의 서사를 글로 모았죠.
여러분은 기록을 위해 글을 쓰시나요? 두 번째 인생을 맞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나요? 적어도 다음 삶은 지금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을까요?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말이죠. 그러려면 무엇보다 나에 대해 아는 게 먼저입니다. 알아가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게 기록입니다. 나에게 대해 글로 남기는 거죠. 나라는 사람을 글로 남길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입니다. 내가 보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알게 되고요. 그리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남은 인생은 무엇을 하고 살지를요.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반면 기록하면 기억됩니다. 기억할 게 많으면 그 자체로 충만한 인생이 됩니다. 기록만으로 삶은 전혀 다른 두 방향으로 흐릅니다. 이제까지 기록하지 않은 삶이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기록하는 삶을 사는 것은 어떨까요? 하루하루를 글로 남기면 커다란 물줄기가 만들어집니다. 그 물줄기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결국 원하는 곳에 닿게 되고요. 오늘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