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쓸수록 쓸모 있는 단어
조바심
: 노력을 망치는 성급함
#1. 블로그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 도구 중 하나로 블로그를 선택했다. 2년 전부터 매일 하나 씩 포스팅을 올리고 있다. 블로그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어떻게 운영할지 계획을 세웠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은 많은 사람들이 내 기록을 읽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익한 정보만 선택해 읽는다고 배웠다. 그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면 많은 독자를 얻게 될 거라 했다. 또 그런 정보가 검색 로직에 최적화되어 노출도 잘 될 거라 배웠다. 모든 게 새롭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생겼었다. 배운 대로 열심히 정성 들여 하루 하나씩 글을 남겼다. 당연히 초기엔 보는 사람도 없고 이웃 수도 증가하지 않았다. 이웃을 늘리려면 내가 먼저 이웃을 찾아 나서라고 했다. 하루 100명에게 이웃 신청을 하고 그들의 블로그를 방문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기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해봤다. 나 같은 초보에게 그런 미션을 주는 이유는 왕래가 많아져야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웃이 늘 수록 글을 올리는 재미가 더해졌다. 그러다 문득 인위적으로 이웃을 늘리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했다. 같은 관심사와 감정의 공유 없이 숫자만 늘어나는 이웃수에 회의가 들었다. 누굴 위해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싶었다. 이웃 늘리기는 그만두었다. 오는 이웃 신청 안 막고 가는 이웃 잡지 않았다. 이웃 수는 더디게 늘었지만 포스트 수는 쌓여가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블로그를 시작한 이웃이 있다. 같은 직장인이고 나이와 목적도 비슷했다. 그분도 은퇴를 생각하며 다른 무언가 찾는 과정이었다. 그분도 책을 읽기 시작했고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분은 매주 2-3권의 책을 읽었고, 읽은 책을 꼼꼼히 기록해 서평으로 남겼다. 해마다 200여 권의 서평을 남겼다. 그렇게 쌓인 서평 덕분에 얼마 전 원고 청탁과 출판 제의를 받았다고 소식을 전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난 2년을 채워 왔는지 알기에 마음 담아 축하를 전했다.
블로그가 성장과 도약의 발판이 된 사례를 많이 접했다. 얼마나 오래 유지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효과적으로 집중해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도구임에 틀림없었다. 단순히 수익화를 위한 블로그가 아닌 자신의 성장과정을 담아내고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낸 이들을 말한다. 6개월 에서 1년 사이에 출간을 하고 강의 열고 새로운 직업 갖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 중 나보다 출발이 늦은 이도 앞서 성과를 내는 걸 볼 수 있었다. 앞서가는 이들을 볼 때면 마음 깊은 곳에서 조바심이 일었다.
#2. 멘토
"신념이 노력을 낳고, 그 노력이 신념을 강하게 하고 긍지를 낳습니다. 신념은 때로 흔들리기도 합니다. 많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섰다 해도 주눅이 들기도 하지요. 그런 때 마음을 지탱해 주는 것은 누구가 건네는 주옥 같은 말과 격려입니다. 말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지는지 꼭 기억해 주세요. 당신의 따스한 한마디는 틀림없이 한 사람의 큰 성장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 『노력은 외롭지 않아』 - 마스다 에이지
조바심이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정한 길이 맞는지 의심 들었다. 그래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확실했다.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리고 흔들리고 있는 나를 잡아준 멘토를 만나게 되었다.
블로그 이웃님을 통해 독서모임 추천을 받았다. 평소 친분과 책을 좋아하는 공통점 때문에 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도 꼭 참석하고 싶었다. 『일생의 한 번 고수를 만나라』 , 『몸이 먼저다』 등 다작으로 유명한 한근태 작가님이 멘토로 참여하는 모임이었다. 첫 기수엔 함께 하지 못했다. 몇 달 뒤 2기에 함께 하게 되었다. 2주에 한 번 만나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동기 분들의 다른 생각을 접하는 것도 좋았지만 한근태 작가님의 깊이 있는 인사이트가 더 특별한 시간으로 만들어 주셨다. 작가님은 책도 중요하지만 글을 꼭 쓰라고 하셨다. 그동안 꾸준히 글을 써왔다고 하니 자신 있는 글 세 편정도 보내보라고 하셨다. 그때까지 쓴 글들은 주변 분들에게 혹평을 받진 않았다. 자신은 없었지만 용기 내 보냈다. 작가님도 긍정적으로 봐주셨다. 그래도 앞으로 더 꾸준히 쓰고 읽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길 당부하셨다.
이후에도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도 듣게 되었다. 글쓰기 수업은 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매주 다섯 편의 글을 쓰며 피드백을 받았다. 다양한 글을 시도했고 그때마다 작가님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부족한 부분을 냉정하게 꼬집어 주셨고, 잘 한 부분은 아낌없이 칭찬해 주셨다. 그렇게 몇 주를 보내며 나 자신도 단단해지길 바랐다. 하지만 내 생각처럼 그렇게 되진 않았다. 여러 피드백을 받으며 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돌아볼수록 마음이 흔들렸다. 자신감이 떨어져 갔다. 주변분들은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셨지만 내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어떤 감정인지 들여다봤다. 비교였고 조바심이었다. 시작이 늦은 만큼 열심히 했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없었던 시간이었다. 가고자 하는 길에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이 정도 해도 별 성과가 없다면 잘못 가는 게 아닌지 의심 들었다.
흔들리고 있는 내 감정이 들키기라도 한 듯 작가님을 볼 때면 항상 같은 말씀의 충고를 남기셨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직 때가 아니니 열심히 하면 됩니다."
같은 경험을 하셨기에 나에게 어떤 말이 필요한 지 아시는 것 같았다. 작가님도 마흔이 넘어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지금의 직업을 선택하셨고, 몇 해 동안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했다. 흔들려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셨고, 결국 원하는 궤도에 올라섰다고 하셨다.
어느 때가 돼야 조바심에서 자유로울지 알 수 없다. 경쟁하고 비교하면 조바심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느 직업을 갖든 경쟁과 비교는 피할 수 없다. 대신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비교하며 조바심을 키울지, 비교하되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질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가지세요. 내 인생은 내 것입니다. 내면에서 혹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모든 일은 나 자신에게서 비롯됩니다."
『인생의 태도』웨인 다이어
3년 동안 열심히 쌓아왔다. 20년, 30년 연륜 있는 그들에겐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그들도 1년, 3년, 5년이 쌓여 지금의 경지에 있게 되었다. 섣부른 조바심으로 그동안 쌓아온 걸 잃고 싶지 않다. 이전과 다른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고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는다면 조바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