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

#15. 쓸수록 쓸모 있는 단어

by 김형준

선택

: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


#1. 버스 VS 지하철

외근을 하다 보면 퇴근 시간보다 일찍 끝나기도 한다. 사무실 복귀를 강제하지 않아 유선보고 후 퇴근한다. 며칠 전 이른 퇴근하는 날이 있었다. 이동 시간이 비교적 정확한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지만 그날은 버스를 타고 싶었다. 맑은 하늘과 사람 구경이 하고 싶어 버스를 선택했다. 강남역을 출발해 순조롭게 다음 정거장을 향해 갔다. 몇 정거장을 지나자 버스 안은 만석이었다. 마지막 정거장을 벗어난 버스는 올림픽대로를 올라타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오후 볕 덕분에 경치는 선명했다. 한강변을 산책하는 이들은 한가로워 보였다. 그들에게서 전해지는 여유에 살짝 질투가 났다. 그들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가길 바랐다. 그들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가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그래야 지하철을 타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막히지 않으면 지하철과 비슷하게 도착할 수도 있다. 선택의 순간이 망설여지는 건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버스가 지하철과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는 확신 있다면 망설임 없이 버스를 탈 거다. 확신이 없는 선택은 도박과도 같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게 인생이 아닐까. 그래도 굳이 버스를 탄 건 지하철에서 볼 수 없는 경치를 보기 위한 또 다른 선택이었다. 적어도 버스에서 바라본 한강변의 풍경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그 선택은 옳았다.

불행히도 버스는 걷는 이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10차선 도로는 차로 가득 차 있었다. 선명한 경치도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해는 넘어갔고 주변은 어두웠지만 버스는 여전히 길 위에 있었다. 지하철을 탔으면 1시간 걸릴 길을 2시간째 버스 안에 있었다. 퇴근 후 여유를 만끽하고자 했던 계획은 주변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길을 걷다가도 두 갈래 길이 나오면 어느 곳으로 갈지 선택하게 된다. 한 곳을 선택하는 건 그에 적합한 이유가 있어서 일 거다. 가령 지름길이라던가, 사야 할 게 있어 돌아가야 한다던가, 꼭 봐야 할 무언가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는 게 맞다. 이런 선택은 그저 일상의 한 부분이고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어느 곳으로 가든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확신도 갖고 있다. 살면서 내리는 여러 선택의 결과가 목적지를 아는 골목길 같다면 어려울 게 없다. 그저 알고 있는 익숙한 길을 가듯 따라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간은 1초 앞 미래도 알 수 없는 존재다. 그런 불확실 속에서 내가 한 선택의 결과를 장담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A, B 두 사람에게 10km를 뛰면 5만 원 주겠다고 했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도착지에서 가쁨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또 다른 제안을 받는다. 여기서 다시 10km를 더 뛰면 20만 원을 주겠다고 한다. 단, 중간에 어떤 일이 생겨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당신은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다시 뛰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불확실하고 몸이 힘들어도 참고 20만 원 받을 건지, 10km로 뛴 걸로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를 감안해 5만 원에 만족할 건지. 5만 원을 받는 사람은 현재의 상태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충분히 열심히 뛰었고 또다시 뛸 체력이 안 되는 걸 알기에 굳이 무리한 선택을 하지 않으려 한다. 반대로 다시 뛰겠다는 사람은 당장은 힘들고 뛰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겠다는 선택을 한다. 두 선택의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그건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거다. 또 둘 중 어떤 선택을 해도 새로운 기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선택의 결과를 생각한다면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에 단숨에 결정하기란 어렵다. 다만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 또 다른 출발점에 설 수 있다.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시작은 할 수 있고, 시작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 거다. 그러니 결과를 불안해 하기보다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다면 선택의 결정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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