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마라톤 4번째 완주, PB는 다음 기회로

by 김형준

'종아리에 쥐가 나는 데도 계속 달려야 하나?' 양쪽 종아리에서 다 쥐가 나니 미칠 지경이었다. 살살 달랬다. 걷고 싶었지만 기록이 눈에 아른거렸다. 잠깐씩 멈춰 발가락을 몸 쪽으로 당겨 풀었다. 그것도 잠깐이었다. 언제 다시 통증이 올지 눈치만 봤다.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쉼 없이 달렸다.


초반 페이스는 안정적이었다. 광화문에서 출발해 을지로 종로 큰 도로를 달리는 코스라 제 속도대로 달릴 수 있었다. 대회 전까지 속도를 올려 연습해서 몸에 무리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평균 속도 5:40. 2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목표는 1시간 50분이다. 작년 11월 대회에서 2시간 7초를 기록했었다. 아주 조금만 더 속도를 내면 충분히 개인 베스트(PB) 달성도 기대됐다.


7시 50분쯤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야 할 만큼 쌀쌀했다. 체온을 끌어올리려고 제자리에서 계속 뛰었다. 해도 뜨지 않아 기온이 쉬 올라가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날씨가 기록내기 좋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더위로 인한 체력소모는 적을 테니까. 달리는 동안에도 땀이 흐르기보다 마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상황이 이러니 자연히 PB를 은근히 기대했다.


쥐가 난 지점은 12킬로미터 지나고부터였다. 지난 3개 대회 다 달리는 동안에는 쥐가 나지 않았었다. 평소 달리기와 하체 근력 운동을 함께 했던 터였다. 이번 대회에도 종아리 경련은 주의 대상이 아니었다. 방심해서 보기 좋게 당했나 보다. 한 번 시작된 경련은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통증이 올 때마다 속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16킬로미터 지점부터 반대쪽 종아리에도 경련이 시작됐다. 두 다리에 동시에 쥐가 날 땐 환장할 노릇이었다. 성난 녀석을 잠시 달래고 다시 달렸다.


이번 대회 최대 난코스는 18킬로미터 지점이었다. 아차산을 뚫어 지하차도를 만든 구간이다. 5호선 아차산역부터 지하차도를 지나는 1.2킬로미터는 오르막이 계속됐다. 종아리 경련도 사이좋게 번갈아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게다. 안 그랬으면 주저앉았을지 모르겠다. 눈앞에 오르막도 막막한데 경련까지 계속된다면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 구간에서 시간을 다 잡아먹은 것 같다.


오르막을 내려서고부터 속도를 내봤다. 결승선까지 그나마 경사가 완만한 올림픽대교만 건너면 PB도 가능할 거로 짐작됐기 때문이다. 1분 꼴로 시계를 확인했다. 달려야 할 거리가 줄어들수록 시간도 늘었다. 피니쉬라인이 눈에 들어왔을 땐 이미 2시간이 지나있었다. 공식 기록은 2시간 1분 59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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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종아리 경련 같은 일이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일에 경중에 따라 나를 주저앉히기도,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게도 한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 당시에는 최선일 수 있다. 누구도 선택에 대해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당사자가 되지 않고서는 말이다. 나도 몸을 먼저 생각했다면 기록을 포기하는 게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몸보다 기록을 선택했다.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개인 베스트에는 못 미쳤지만 완주가 가능했던 건 기록에 집착했기 때문일 수 있다. 목표가 분명하면 방법은 어떻게든 찾아진다.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도 결국 목표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고난도 헤쳐나갈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삶의 목표가 분명하면 인생이 던지는 문제에 답도 저절로 찾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마라톤 대회를 계속 나가는 이유도 달리기를 통해 이루고 싶은 분명한 목표가 있어서다. 이제까지 4번의 대회는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풀코스 완주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종아리 경련은 이겨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더 큰 목표를 달성했을 때 과정에서 고통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계속 도전할 작정이다. 하프 코스 PB를 넘어 풀코스를 완주해 내는 그날까지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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