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것과 같다. 하루를 쉬면 그만큼 수입이 줄 수밖에 없다. '생활의 달인‘은 전국에 이름난 맛 집을 소개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주인만의 특별 레시피를 만들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을 선보인다. 그들의 한결같은 노력 덕분에 지금의 경지를 만들어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일 년 중 쉬는 날이 손가락 수 보다 적다는 점이다. 특별한 맛이기에 멀리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 투철한 직업 정신 덕분에 ’달인‘이라는 칭호를 얻은 반면 건강했던 몸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후회 섞인 푸념을 들었다. 그들에게 쉰다는 어떤 의미일까? 하루 매출이 줄어드는 것? 맛을 기대하고 찾아온 손님에게 실망을 안기는 것? 쉴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음식을 찾아준다는 건 보람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보람 뒤에 정작 자신의 삶에서 잃고 있는 건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할 거다.
건설업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건 그들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건축주와 총 공사비 1억 원짜리 집을 30일 안에 지어주겠다는 계약을 한다. 공사업체는 이익이 얼마 든 상관없이 30일 안에 무조건 완공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이때 예산과 예정 공정표를 짜며 30일 동안 얼마가 들어갈지를 예상한다. 공사업체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짜낸다. 운 좋게 획기적인 공법으로 5일을 줄이면 그만큼 수익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생각지 못한 변수로 예정 공기를 넘기면 하루씩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공사업체 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건축주는 준공을 기준으로 다음 일정을 준비한다. 대부분 돈과 관련된다. 그러니 건축주 또한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계약서에 준공기일 지키지 못할 시 지연일수 만큼 공사업체에 위약금을 청구하게 된다. 수 천 억 공사일 경우 하루 수 억 원의 지연금을 무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사정이 이러니 시간이 금보다 더 귀할 수밖에 없다. 쉬는 날이 사치가 되어 버린다. 명절과 법으로 정한 휴일(근로자의 날을 제외한 공휴일은 기업 재량으로 정한다)을 제외하고 일요일도 없이 현장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내가 현장 근무를 시작했던 2000년 초반만 해도 한 달에 네 번 쉬면 잘 쉬었다. 당시 주 5일 근무가 자리 잡았지만 건설 현장만은 예외였다.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할 쉬는 날도 업계 특성 상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현실은 여러 문제를 낳았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는 개인의 건강을 위협했고, 이는 현장 관리자의 집중도를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품질 저하라는 악순환을 불러 왔다. 이런 현실은 업계의 구직난을 가중시키기에 이르렀다.
주변 지인 중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덧 중견 관리자인 그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3-4년차 경력자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의 이면에는 세대 차이에 따른 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자리한다. 이들은 3-4년 정도 건설업을 경험해 보면 자기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걸 깨닫게 된다. 주말 휴식은 사치고, 평일도 야근의 연속인 열악한 환경을 최일선에서 경험한다. 타 업종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입사 후 3년 즘 되면 회의감에 빠지고 이때부터 이직을 계획하게 된다. 삶의 질을 우선하는 그들은 차라리 덜 받더라도 휴식이 보장된 일자리를 찾아 가게 된다. 이렇다보니 건설업계 내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커졌다. 노동부에서도 법적인 제재를 강화하면서 휴식을 보장하는 문화로 변화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주5일 근무와 연차 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다른 일부에서는 휴가 사용이 여의치 않으면 비용으로 보상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기업들도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휴식은 양보다 질이다. 쉴 땐 제대로 쉬어야 한다. 제대로 쉰다는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 주말을 쉬어도 피로가 풀리기보다 더 쌓이는 경험을 한 번 쯤 해봤을 거다. 부족한 잠을 늦잠과 낮잠으로 보충한다. 깨어 있는 시간은 티브이나 스마트 폰에 빼앗긴다. 때론 가족을 위해 나들이나 여행이라도 가면 피로는 더 쌓인다. 나들이나 여행 자체가 휴식을 위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평일엔 남편과 아빠의 역할을 못하기에 더더욱 필요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적어도 몇 시간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잠이 부족하다고 잠만 자면 더 피곤하다. 이때는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깨어 있는 시간엔 티브이나 스마트 폰 대신 가벼운 취미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도 싫고 취미도 갖기 싫다면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다. 주변이 조용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자체가 명상이 된다. 특별한 장소와 시간, 의식적인 행위를 해야 명상이 되는 건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명상이라고 했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한 주간 쌓인 긴장을 풀 수 있는 게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