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방에 있는 데 대답을 안 할 땐 두 가지입니다. 태블릿에 빠져 있거나, 대답하기 싫은 상태입니다. 방으로 갔습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습니다. 옆에 앉아 얼굴을 들어보니 안경도 쓰고 있습니다. 이미 안경알까지 눈물이 묻어 있습니다.
"왜 그러니? 무슨 일 있어?"
대답하지 않습니다. 우는 소리가 더 커집니다.
"속상한 일 있니? 엄마가 뭐라고 해서 그래?"
그제야 꺼이꺼이 하며 말을 꺼냅니다.
"어엄마는 내에마알은 안들어주고옹 채니마아알만 드러주고어엉."
"뭐 뭐라고?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 들려. 눈물 닦고 다시 말해봐."
"엄마아는 내가 말하면 잘 안 듣고 채니말은 다 들어줘. 아까도 그랬어."
"아! 그랬어. 보민이가 많이 속상했겠네. 엄마가 왜 그랬을까?"
앉은자리에서 아내를 불렀습니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옵니다. 보민이 들으라고 한 마디 합니다.
"당신 왜 그랬어. 말 좀 들어주지 그랬어. 안 들어준 당신이 잘못했네."
아내는 돌려 말하지 못합니다.
"너 이놈의 쉐끼 할 말 있으면 바로바로 하면 되지 왜 꽁하고 담아두고 있다 뒤통수 치니? 챈이는 할 말 있으면 바로바로 하니까 엄마가 들어주는 거지." 농담 반 진담 반입니다.
"안 들어주니까 안 하지. 그리고 나 안 뚱뚱해."
"엄마가 언제 뚱뚱하다고 했냐, 큰 놈이라고 했지."
"그게 그거지!"
듣고 있으니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갔습니다. 엄마의 농담에 그동안 서운했던 게 쏟아진 것 같았습니다. 중간에 낀 제가 중재를 했습니다.
"엄마는 말하면 안 들어주지 않잖아. 말 안 하는데 어떻게 알겠어. 보민이가 서운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바로바로 해줘야 엄마도 알지. 그래야 지금처럼 쌓아두고 있다가 더 크게 속상할 일이 없을 거야."
진정이 되는 것 같아 모녀만 남겨두고 방을 나갔습니다. 둘이 잠시 대화를 나눴고, 잠시 후 큰딸은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방을 나왔습니다. 다행히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별일 아닌 것 같았습니다. 별일 아니라고 그냥 넘어갔다면 더 큰 별일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내도 아이도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주고받아 별일 없이 넘어갔습니다. 큰딸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아내 말대로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그때그때 했으면 좋겠습니다. 담아두고 오해하고 속상해하다 한 번에 터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클수록 소통이 중요해질 겁니다. 세대 차이, 생각 차이, 이해 부족으로 인해 불필요한 다툼이 없었으면 합니다.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를 중학생이 될 큰딸입니다. 친구에게, 미디어에게 여러 영향을 받으며 생각의 골이 깊어질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될 겁니다. 때론 많은 물음이 생길 겁니다. 수시로 변하는 감정에 본인도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부모인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으면 합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우리를 찾았으면 합니다. 친구가 필요할 때도 있을 겁니다. 친구 역할까지는 못해주겠지만, 대신 누구보다 든든한 자신의 편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