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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30. 2021

아! 이 폰 할부 값은 아빠 몫

딸아! 너는 새로운 세상과 만나거라

'언박싱'

드디어 새 아이폰이 보민이 손에 들어왔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포장을 뜯는다. 비닐을 뜯고 뚜껑을 여니 영롱한 자태로 단아하게 자리한 아이폰 12 mini 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문이 묻을까 조심조심 빼낸다. 빼낸 자리 아래 케이블 하나 덜렁 있다. 충전용인지 데이터 전송용인지 용도를 가늠할 수 없다. 다시 그 아래 사과 모양 스티커 한 장, 유심칩 교체용 핀이 구성품의 전부다. 나도 한 달 전 삼성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언박싱을 했었다. 그때도 박스 안에 구성품들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단출했었다. 두 제품의 박스 구성을 비교해보니 개인적으로 애플이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인지 짐작이 갔다.


"내가(애플) 너희들(아이폰 구매자)에게 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야, 나머지 액세서리는 너희들 취향껏 구매해서 사용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이폰용 충전기도  없었다. 새 폰이라 배터리 잔량도 '0'이다. 케이블 타입도 달라서 아무거나 사용할 수 없다. 임시로 갤럭시 태블릿에 연결해 충전했다. 20분 정도 충전하니 전원이 켜졌다. 기존에 쓰던 S6폰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을 진행한다. 운영체계가 달라 생소한 메뉴가 많았다. 막히는 건 유튜브에서 검색하면서 한 단계씩 진행시킨다. 그동안 안드로이드만 사용해 구글 계정만 있었지 아이폰 ID는 없었다. 10여 년 전 아이팟 4세대를 사용했을 때 ID가 있었지만 잊힌 지 오래다. 새로운 ID를 만들기 위해 시도했지만 포기했다. 보민이 친구는 시도 끝에 매장 직원에게 부탁해 겨우 만들었다고 한다. 붙잡고 있느니 나중에 다시 해보자고 하고 데이터 옮겨놓고 개통부터 하자고 했다. 중간중간 막힐 때면 유튜브로 검색하면서 1시간여 만에 새 아이폰으로 갈아탔다.


그동안 중고폰을 불만 없이 잘 사용해왔다. 가끔 먹통이 될 때도 보채지 않고 기다려줬다. 중학생이 되면 바꿔주겠다고 한 약속을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 먹통이 되는 횟수가 잦아져  두고 볼 수 없어 새 폰을 사줬다. 안 사줄 수 없다. 보민이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전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스마트폰은 소통, 쇼핑, 공부, 취미, 직업, 업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모르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감히 짐작해볼 수 있다. 단순히 시간만 빼앗는 쓸모없는 장치가 아니다. 어쩌면 시간이 갈수록 스마트폰 속 세상이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것보다 더 현실 세상이 될 수도 있다. 그 안에는 직업을 갖게 될 기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계기도,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드는 방법을 얻게 될 수도 있다. 현명하게 잘 사용하면 더없이 좋은 도구가 될 거다. 반대로 단순한 재미만 쫓는다면 말 그대로 비싼 장난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포장을 뜯기 전 보민이에게 딱 한 마디만 했다.

"엄마 아빠가 괜히 사주었다는 후회하지 않게 해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아! 이 폰 할부 값 내려고 아빠는 다음 달부터 아르바이트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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