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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9. 2021

나를 위한 시간, 10분

습작하는 김작가 - 10


15분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쪼갤 수 있는 시간이다. 심지어 아직 돌도 안 된 젖먹이 아기를 키우는 나도 매일 15분 이상을 독서와 글쓰기 시간으로 안배한다. '겨우 15분으로 얼마나 쓰겠어?'라는 의심이 든다면 일단 시작해 보자.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버리는 '겨우' 15분이 모이면 얼마나 힘이 세지는지 말이다. 직장인이라면 출근 후 업무 시작 전 15분을, 학생이라면 공강시간이나 이동시간 등을, 주부라면 아이가 낮잠 자거나 유치원에 간 시간 등을 할애해 나만의 세계로 빠져보자.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 김애리







'10분 글쓰기'라는 타이틀로 매일 아침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노트를 펼치고 펜을 들고 써 내려가기 시작해

한 페이지를 채우는 데 딱 10분 걸립니다.

쓰고 싶은 말이 더 있어도 한 페이지로 끝냅니다.

쓸 말이 부족해도 한 페이지를 채웁니다.


10분 동안 쓰다 보면 단어가 틀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무시하고 계속 씁니다.

쓰다 보면 문장 앞뒤가 안 맞기도 합니다.

그래도 무시하고 계속 씁니다.

쓰다 보면 처음 내용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무시하고 계속 씁니다.


무시하고 계속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생각을 이어가기 위한 연습입니다.

초고를 쓰다 보면 생각이 뚝 뚝 끊길 때가 있습니다.

단어나 맞춤법을 검열하기도 합니다.

초고를 한 번에 이어서 쓰는 것과

초고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쓰는 데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 번에 이어 쓰고 퇴고를 하면

쓰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반면,

퇴고 분량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 쓰면

쓰는 부담은 있지만 중간중간 수정을 해놔서

퇴고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지극히 제 주관적인 장단점입니다.


작가님들마다 쓰는 루틴이 있습니다.

루틴=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에 따라 쓰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제 루틴도 시간이 거듭되고 환경이 변하면서

조금씩 달라져 왔던 것 같습니다.


지난 5월부터 '10분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처음 생각 즉, 초고를 조금 더 수월하게 쓰고 싶어서입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부족한 시간 내에서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몇 개월 썼다고 당장 효과가 나지는 않습니다.

다시 시작했을 때 한 페이지 채우는 게 버겁기도 했습니다.

겨우겨우 10분 동안 한 페이지를 채우기를 반복했습니다.

6개월 지난 지금은 처음보다는 수월해졌습니다.

내용도 제법 그럴듯하게 씁니다.

주제도 다양해졌습니다.


10분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무조건 한 페이지를 쓰고 다음 일을 합니다.

하루 중 10분, 짧은 시간입니다.

인터넷 뉴스 몇 개 보면 날아가는 시간입니다.

눈 뜨고 있는 동안 단 1분도 낭비 없이 살지는 못합니다.

TV도 보고, 뉴스도 보고, 동영상도 보고, 쇼핑도 할 겁니다.

스마트폰이 일상에 한 부분이 된 이상 

따로 떼어놓고 살 수는 없을 겁니다.

무엇이든 정도가 심하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적당히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면 

시간도 요령껏 잘 사용할 것입니다.


어제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낭비한 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기계처럼 몇 시 몇 분 몇 초 단위로 살 수 없는 게 인간일 테니까요.

어차피 하루 동안 어느 정도 시간은 버려진다면

적어도 그중 10분은 의미 있는 데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분량을 채우는 건 나중 일입니다.

일단 10분 동안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보는 겁니다.

몇 줄이라도 써보면 새로운 경험이 될 겁니다.

잘 쓸 필요도 없습니다.

펜을 든 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꾸임 없이 써 보는 겁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니 있는 그대로 쓰는 겁니다.

그렇게 조금씩 쓰다 보면 분량도 늘어날 겁니다.

쓰고 싶은 말도 많아질 겁니다.

자신을 칭찬하고,

실수를 돌아보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새로운 용기도 얻게 됩니다.


10, 15분이든 매일 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럴듯한 탑을 쌓는 것도 처음 한 단을 쌓아야 하고,

먹음직스러운 배추를 얻으려면 씨앗을 뿌려야 하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싶다면 첫 페이지를 넘겨야 하고,

목적지에 닿고 싶다면 차에 시동부터 켜야 할 겁니다.


시작도 안 하고 결과만 바랄 수 없고,

씨앗을 안 뿌리면 수확할 게 없고,

한 페이지를 읽지 않으면 한 권을 다 읽을 수 없고,

시동을 안 켜면 출발하지 못합니다.


15분, 10분 이 부담된다면 

한 줄이라도 써 보는 건 어떨까요?

일단 시작하고 한 줄 써보면 스스로가 대견할 겁니다.

그럼 내일도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욕망이 일렁이게 될 겁니다.

그럼 내일 또 하면 됩니다.

내일 해 내면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칠 겁니다.

그럼 다음 날 또 하면 됩니다.

한 줄이 세 줄이 되고,

세 줄이 열 줄이 되고,

열 줄이 한 페이지가 될 때까지요.


결국,

시작한 당신은 글 쓰는 삶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겁니다.

글을 통해 얻게 될 변화는 당신의 몫입니다.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 얻게 된 가장 큰 변화는

글쓰기 이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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