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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24. 2021

쓰는 사람이 작가다

습작하는 김작가 - 15


작가가 되길 바라지 말고, 작가의 삶을 누려야 한다.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등단의 문을 통과해야만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작가는 쓰는 사람이다. 매일 쓸 수 있도록, 지치지 않도록, 자신을 몰고 가야 한다. 새벽은, 오늘 하루를 작가의 삶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루 30분 책 쓰기가 만드는 기적 - 책쓰기》 - 이은대




주먹을 쥐고 물건을 집을 수 없습니다.

연필을 쥐고 다른 연필을 잡을 수 없습니다.


주먹 쥔 손을 펴야 물건을 집고,

손에 든 연필을 내려놓아야 다른 연필을 쥘 수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하는 이들이  제법 있습니다.

부족한 생활비를 위해

다른 직업으로 이직을 위해

취미를 더 잘해보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이든 공통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 일을 위해 어느 하나는 내려놓았다는 겁니다.

퇴근 후 휴식 시간을

주말이나 휴일을

남들이 잠들어 있을 새벽이나 밤 시간을.


시간 개념이 없었습니다.

직장에 있는 시간 말고는 가치 있게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취미를 가져볼 생각도 못 했고

재능을 개발해 부업에 뛰어들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저 일이 끝나면 집에 가 밥 먹고 잠들기 전까지 TV 보거나

없는 약속을 만들어 술자리를 갖곤 했습니다.

그 시간은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낸 시간 동안 아무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때문에 '직장인' 일 뿐이었습니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며 '작가'라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작가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직장인은 내 시간과 노력을 회사에 내어주고 그 대가를 받는 사람입니다.

작가라면 내가 가진 것 중 무엇 내어 놓아야 할까요?

저는 시간을 내어주었습니다.

예전에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냈던 그 시간들입니다.

TV 보고, 스마트폰 들여다보고, 의미 없는 술자리로 허비한 시간입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제 의지대로 할 수 없습니다.

직장을 벗어난 시간은 온전히 제 의지대로 할 수 있습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는 낭비되던 시간들을 글 쓰는 시간으로 바꿨습니다.

5시에 일어나 사무실에 도착하면 6시 20분입니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오디오 북을 듣습니다.

10분 동안 일기를 씁니다.

8시 40분까지 원고를 씁니다.

점심을 혼자 먹은 지 1년째입니다.

이동하는 동안 오디오 북을 듣습니다.

요즘은 포스팅을 위한 초고를 씁니다.

저녁 6시, 자가용 퇴근길 다시 오디오북을 듣습니다.

버스를 이용할 때는 글을 씁니다.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 중 한 곳에 글을 올립니다.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면 9시가 됩니다.

수, 목은 글쓰기 수업을 듣습니다.

나머지 요일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아내와 잡담을 합니다.

잠은 12시 전에 자려고 합니다.


4년째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글이 모여 책이 되었습니다.

2권의 공저,

1권의 전자책,

내년 출간 예정인 첫 종이책,

투고 중인 두 번째 종이책,

초고 집필 중인 세 번째 종이책.

사람들은 저를 작가라고 불러줍니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의미 없는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면서 작가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되기만 바라지 않았고

일상에서 작가의 삶을 누리려 애써왔습니다.

지금의 일상을 평생 누리며 살 겁니다.

직장을 그만두는 때가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일상의 질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기대하면서요.

내 기대를 채우기 위해 오늘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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