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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29. 2021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습작하는 김작가 - 19


작가가 되려면 글쓰기만의 고유 기술을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 어휘력, 문장력, 표현력, 구성력, 맞춤법 실력 등이 바로 글쓰기 고유 기술이다. 이것이 안 되면 글을 쓰려는 특정 소재에 대해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갖추고 있어도 작가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전문가나 마니아일 수는 있어도 작가는 아닌 것이다. 작가는 필력만 갖추고 있으면 꼭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마니아일 필요는 없다. 전공 분야 하나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된다.


창작과 빈병 - 배상문






달리기 못 하는 축구 선수, 물을 무서워하는 수영선수, 음정이 엉망인 가수, 요리를 못하는 셰프가 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축구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고, 수영 선수의 자질을 의심받고, 설 수 있는 무대가 없고, 음식값을 받을 수 없게 될 겁니다. 각각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재능과 연습이 필요한 건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어느 정도 연습이 뒷받침되면 탁월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해버지'로 유명한 박지성 선수는 타고난 재능보다 지독한 연습으로 세계 정상 선수가 된 사례로 기억됩니다. 이는 재능보다 연습과 노력이면 못 할 일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이 사례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맨땅에 헤딩.' 가능성이 보이는 재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을  때 박지성 선수만큼은 아니라도 스스로 정한 목표에 닿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고 휩쓸리듯  무작정 노력만 하면 맨땅에 헤딩하는 거와 다르지 않습니다. 


한동안 타고난 재능이 있는지 긴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내세울 만한 재능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돈벌이가 되는 재능을 갖고 싶었지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학생 때를 지나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했지만 꼭 맞는 가죽 장갑처럼 내 일이다 싶은 게 없었습니다. 재능은 둘째치고 좋아하는 거라도 있길 바랐습니다. 잔디에서 부추를 찾는 것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추 찾기에 매달려 있기보다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더덕을 인삼이라고 믿고 먹으면 인삼이 된다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둘 다 쓴맛이 나고 뱃속에 들어가면 뭐가 뭔지 모르긴 마찬가지라고 나를 속이고 덤벼들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거짓말에 잘 속아 넘어갔습니다. 다른 건 잘 속아 넘어갔었지만  글쓰기만큼은 제 자신을 속이지 못했습니다. 글 쓰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빠른 길을 탐색하고 엔진이 터질 만큼 속도도 내봤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글쓰기는 지름길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글력이 좋아지는 대 원칙이 있습니다. 많이 쓰는 겁니다. 많이 쓰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가용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연습을 반복하며 성과를 내려면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폈습니다. 문장력을 공부하고, 글의 구성을 배우고,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책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강의를 들었습니다. 축구 선수에게 필요한 자질은 달리기, 패싱 능력, 골 결정력, 순발력, 경기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 등이 있어야 합니다. 포지션에 따라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기도 하지만 기본은 갖춰야 합니다. 감독 입장에선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는 다양한 전술에 활용도도 높을 겁니다. 글을 쓰는 행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본기를 갖춘 작가라면 다양한 소재의 글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여러 책과 강의에서도 이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전략을 병 했습니다. 매일 일정량의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필요한 기본기를 하나씩 공부했습니다. 어휘, 문장, 표현, 구성, 맞춤법 등 필요한 능력을 연습했습니다. 이중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못 쓸 겁니다. 물론 직업으로써 작가가 아닌 취미라면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저는 먹고살기 위한 직업으로써 작가를 선택한 이상 제대로 된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글력이 좋아지는 방법은 배운 걸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입니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지만 좋은 글을 쓰는 원칙 몇 가지는 있습니다. 여러 책과 유명 작가들이 말하는 몇 가지 원칙만 꾸준히 연습해도 나름 괜찮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몇 가지 적어보면,

문장은 무조건 짧게 써라.

문장의 주술을 생각해라.

한 문장에서 하나만 말하라.

문장 안에 부사와 형용사의 자리를 주지 마라.

맞춤법에 강박을 가져라.

상투적인 표현을 경계해라.

문장 안에 호응을 맞춰라.

문장은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으로 써라.

좋은 글은 구성이 전부다.

첫 문장이 다음 문장을 읽게 한다.

문장에서 은, 는, 이, 가, 을, 를, ~적 등을 지워라.

한 문장에 같은 단어 반복을 없애라.


이밖에 셀 수 없이 많은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면 바라는 실력을 갖기 어렵다고 조언합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 위에 적은 것들을 항상 머릿속에 두고 연습합니다. 퇴고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건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하며 초고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알면 알수록 고쳐야 하는 글이 많아지고 엄청난 에너지를 쏟게 합니다. 외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기본기가 기본으로 장착될 때까지 끊임없는 연습이 답입니다. 그래서 어제도 쓰고, 오늘도 쓰고, 내일도 쓸 것입니다. 글쓰기에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연습이 재능을 능가할 수  있음을 저 스스로 입증해 보이고 싶습니다. 객기가 아닌 오기로, 배움에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연습만이 내가 바라는 글력을 갖게 해 준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이렇게 한 편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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