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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28. 2021

사람은 글을 쓰고,
글은 사람을 만든다

습작하는 김작가 - 18


바람직하지 않은 정신 자세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쓰기를 배운답시고 쓸데없이 대가들과 문학 강의를 좇아 철새처럼 옮겨 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당신이 훌륭한 대가를 열 사람이나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글쓰기 책  수십 권을 읽었다. 책도 모자라 여러 강의를 들어봤다. 마치 철새처럼 이 강의 저 강의를 기웃거렸다. 강사마다 특별한 무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기대는 내가 가진 게 적을 때 불안으로 인해 생기는 감정이었다. 결국 강의마다 말하는 글쓰기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에서 언급된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큰 틀에서 각각의 장르마다 꼭 필요한  방법은 몇 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글의 장르에 따라 기본적인 내용을 익히고 나면 직접 연습해 보는 과정이 실력을 보장해 주는 것 같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연습이다. 연습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연습하는 걸 본다고 내 것이 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내가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 얼마나 진심을 다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다. 스포츠, 미술, 음악, 글쓰기 등은 연습이 실력을 보장해 준다. 마이클 조던은 최고의 전성기 시절에도 매일 3천 개 이상 슛 연습을 했다. 파블로 피카소는 대상 하나를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수 백 장을 반복해서 그렸다.  첼로 거장 파블로 카잘스는 매일 6시간 이상 연습을 했다. 95세에도 연습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왜냐하면 요새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자연 과학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은 현상을 연구하고 이론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며 우리 삶이 더 나아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경제를 이해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양한 현상을 다루는 새로운 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책이 나오지만 유독 글쓰기 관련 책은 획기적이라 할 만한 이론이나 현상을 들고 나오는 경우 없는 것 같다. 물론 내가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 그런 책을 냈을 수도 있지만, 지난 시간 동안 관심 갖고 지켜본 바로는 이렇다 할 책을 보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시대를 거슬러도 글쓰기 방법은 특별할 게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동서양의 글 좀 쓴다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커다란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초고-퇴고-퇴고-퇴고-퇴고-완성. 끈질기게 매달려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 가는 아주 단순한 논리이다. 이 안에서 플롯을 짜는 요령,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방법, 인물을 그려내는 노하우 등을 정립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대가들에게는 나름의 문체가 있고 나 같은 초보에게 이들의 글을 읽고 쓰고 따라 하는 습작이 실력을 키우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1년째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건 끊임없는 동기부여다. 글을 쓰는 이유를 찾았으면 매일 쓰는 게 당연한 순서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포기라기보다 게을러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를 다잡아줄 장치가 필요했고, 글쓰기 수업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 있고, 이들을 통해 에너지를 받는다. 아직 전업 작가도 아니고 글로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꾸준히 글을 쓰는 것 만이 내가 바라는 직업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꾸준히 쓰기 위해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힘을 받으며 각자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해 가는 동지가 있다는 것. 글을 쓰면서 글을 통해서 얻게 되는 또 다른 유익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대가를 따라 하고 배우는 과정은 필요하다. 바탕을 다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게 함께 쓰는 사람이다. 이들과 함께 하며 스스로 설 수 있는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서면 다시 나 같은 초보를 찾아 그들에게 자신이 가진을 나누며 함께 해야 한다. 그게 선순환이 되어 더 단단한 연대를 만들고 그로 인해 글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지게 되길 바란다. 그렇게 글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문장처럼 사람다운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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