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Jan 03. 2022

실패가 익숙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진다

습작하는 김작가 - 23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거절당해 반송되는 일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이다. 그러니 원고가 반송되었다고 해서 낙심하지 마라. 자신의 길을 찾기까지 머뭇거리고 주춤거리는 것, 환멸과 허무를 겪는 것,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반성하는 것, 이런 과정은 꼭 필요하다. 그러니 실패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바로 실패를 낳는다. 실패를 즐기고, 실패에서 배워라. 실패나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단박에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장석주





책 한 권을 집필하고 퇴고까지 하면 원고는 꼴도 보기 싫어집니다. 꼴 보기 싫지만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투고입니다. 투고, 저에게는 만만치 않은 과정입니다. 누구는 투고하는 날 몇 군데 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고 합니다. 많이도 안 보냅니다. 저와는 사정이 반대입니다. 그래서 더 신기하고 대단해 보입니다. 저는 아직 그만한 내공이 안 되는가 봅니다. 첫 종이책 원고를 투고할 당시 출판사만 수백 군데에 보냈습니다. 그때는 마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상대방에게 스피드 퀴즈를 내는 것처럼 저만 입을 벙끗거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상대방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황이 답답했습니다. 투고한 출판사 중 회신을 주는 곳은 5%도 안 됩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듯, 원고에 대한 악평이라도 피드백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피드백이 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첫 종이책도 투고 후 인고의 시간 끝에 출판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는 아마 아직도 투고만 하고 있었을 겁니다. 글쓰기는 물론 삶의 자세까지 배움을 주는 이은대 작가님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투고 진행 중 한 날은 작가님이 물었습니다. 

"계약이 잘 안 되니 답답하시지요?"

"네, 예상은 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기운이 빠지긴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투고 과정은 작가와 잘 맞은 출판사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일찍부터 지칠 필요 없습니다. 분명 본인과 잘 맞는 출판가 있습니다. 조금만 힘을 내 봅시다."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혼자서 원고 쓰고 투고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서점에 깔린 책을 뒤져가면 출판사 이메일을 모았습니다. 출판사 홈페이지를 뒤져 이메일을 찾아냈습니다. 100여 곳에 투고했습니다. 이 정도 숫자 면 한 곳에선 연락 오겠지 싶었습니다. 두어 곳에서 불가하다는 회신만 받았습니다. 그리고 1년이 흘렀고 이은대 작가님의 수업을 들으며 원고를 썼고 투고까지 했습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고 그렇게 첫 책을 계약했습니다. 같은 과정으로 두 번째 책도 투고 중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세 번째 책을 쓰고 있습니다. 첫 투고는 처참한 기억을 남겼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책 한 권으로 어떻게 잘해보려는 마음이었다면 꽤 흔들렸을 겁니다. 아니 포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첫 책은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남은 평생 읽고 쓰는 행위가 가능할 때까지 책을 쓸 예정입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좋은 책 한 권 정도는 쓸 수 있을 거라 믿고요. 그러니 첫 책부터 포기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세상에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실패 앞에 주저앉는 사람과  실패에 주눅 들지 않는 사람. 전자는 거기까지가 제 한계임을 드러내지만 후자는 실패를 넘고 더 나아가 자신의 내적 가능성을 확장한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장석주



실패는 태도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실패는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의 결과일 뿐입니다. 실패라는 결과는 두 갈래의 길을 제시합니다. '포기'와 '다시 시도'입니다. 주저앉는 사람은 '포기'를 선택합니다. 저도 한때는 그런 선택을 했었습니다. 시도해서 안 되면 '나는 안 되는 사람이구나' 바로 포기했습니다. 포기가 빠르면 더 힘들 일 이유도 없어집니다. 살던 대로 살면 당장은 편안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습니다. 실패는 과정일 뿐입니다. 실패의 다른 말은 '다시 시도'입니다. 


어른은 아이에게서 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세상일도 어느 정도 겪은 저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행동 주저하게 됩니다. 당연히 실패를 맞닥뜨렸을 땐 더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9살인 둘째는 상대적으로 망설임이 없습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성격입니다. 악보도 없는 드라마 OST를 한 음 한 음 찾아가며 연습을 합니다. 태권도장에서 배운 품세도 틈만 나면 동작을 연습합니다. 생각대로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시 시도' 하는 겁니다. 망설이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바로 다시 시작합니다. 고민할 시간에 한 음이라도 더 찾고 한 동작이라도 더 익히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배웁니다. 실패에 연연하지 말자. '과정을 즐기면 실패는 실패일 뿐이다.' 


그나저나 투고 중인 두 번째 원고는 감감무소식입니다. 밀당도 적당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출판사의 선택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2쇄 이상은 팔아치울 자신 있는데 말입니다. 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은 출판사의 몫으로 남기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기판 졸(卒)의 각오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