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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an 05. 2022

단어도 재활용 됩니다

글을 쓰는 또 다른 방법

지하철 퇴근길. 자가용 타고 1시간 넘게 운전하며 퇴근하는 게 싫었습니다. 1시간 동안 운전하면 손발이 묶이고 귀만  열려 있습니다. 지하철은 손과 발, 귀 모두 자유롭습니다. 절반의 자유입니다. 몰리는 사람들 틈에 손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람 틈에 팔을 오므려 겨우 자판을 두드립니다. 오므린 팔이 저려옵니다. 팔이 펼 수 있는 공간이 간절합니다. 정거장을 옮겨 갈수록 줄지 않는 사람 때문에 공간이 좁습니다. 앞으로 20개 이상 정거장을 통과해야 합니다. 말이 20개이지 서서 가려니 막막합니다. 서는 자리도 잘 잡아야 합니다. 좌석  앞에 서야  자리가 날 때 앉을 수 있는 기회도 생깁니다. 자리 선정을 잘못하면 도착할 때까지 서서 가게 됩니다. 오늘은 자리 선정을 잘한 것 같습니다. 내 앞에 분이 냉큼 일어나 내렸습니다. 고마운 분입니다.


세상일에는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별일 아니어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더 크게 감사할 일이 또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는 게 쉬운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그런 마음도 잘 생기지 싶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치이니 여유를 갖기 힘든 게 현실일 겁니다. 시간이 부족하고 일 때문에 각박해져도 잠시 잠깐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면 도움이 될 겁니다. 나를 돌아보지 않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살 겁니다. 그렇게 사는 것만큼 불행한 삶이 있을까요? 불행은 남에 의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거라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 어떤 마음으로 어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입니다. 바빠도 여유를 갖겠다고 선택하면 그렇게 행동하게 될 겁니다. 반대로 바쁘니까 그럴 여유는 사치라고 선택하면 계속 바쁘게만 살 겁니다. '사치'필요 이상의 돈이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의미합니다. 정신없는 일상에서 나를 위해 단 몇 분을 쓰는 게 과연 사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를 위한 몇 분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스마트폰 보는 몇 분을 줄여 나에게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몇 분을 만들면 나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요? 저는 단연코 일기를 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일기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일기는 숙제도 아닙니다. 초등학교 때 쓰던 일기는 잊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일기는 단 몇 줄이면 충분합니다. 내 감정이 어떤지 몇 줄 적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일을 몇 줄 적어도 더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적는 건 기억을 활성화시키는 행위입니다. 좋은 기억은 더 좋아지고 나쁜 기억은 더 빨리 지울 수 있습니다. 나쁜 기억은 똑바로 바라볼 때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제대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벗어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겁니다. 제대로 바라보면 실체가 보이고 그래야 어떻게 빠져나올지 방법도 보이게 됩니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하지 않는 거라 말하는 겁니다. 아마 더 좋은 방법도 있을 겁니다. 제 머리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알려줍니다. 최선은 어디에나 있으니 눈을 더 크게 뜨고 봤으면 좋겠습니다.


1시간 남짓 눈을 크게 뜨고 이 글을 썼습니다. 혹시 이 글에서 특이한(?) 점을 알아차리셨을까요? 평소와 다른 방법으로 썼습니다. 단어 재활용. 앞 문장의 단어를 선택해 다음 문장을 이어 쓰는 방법입니다. 제가 만든 건 아니고,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에서 알려준 겁니다. 연습으로 써보니 제법 긴 글을 썼습니다. 한 번 시도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연상이 잘 되니 쓰는 속도도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한 편 완성했습니다. 다섯 정거장 남았습니다. 편하게 앉아서 신나게 글 쓰고 이제 집으로 갑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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