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찾는 여정 - 업ROAD
2014년, 파푸아뉴기니에서 토목공사를 진행하던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내 업무는 현지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역할이었다. 현장 자재, 장비, 직원 숙소에 필요한 생필품, 식자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구매해 배로 보내는 역할이었다. 거기에 현지에서 근무할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는 업무도 더해졌다.
현지에 체류 중인 대표가 최종 결정을 했지만 서류전형과 면접을 내가 주관했다. 근무할 곳이 오지이다 보니 채용이 쉽지 않았다. 회사 입장에선 최상의 조건을 내 걸었지만 지원자도 적었고, 그러니 입맛에 맞는 직원 채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기껏 뽑아서 보내면 지랄 같은 대표 때문에 얼마 못 가는 경우도 한몫 하기는 했다. 내 딴에는 지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신중히 검토하려고 노력했다. 그중 진심이 전해지는 이들로 면접을 추천했고, 면접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으면 뽑아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신생 기업이고 공사 초기이다 보니 다양한 직업군에 인력이 필요했다. 하나의 직군에 한 명을 뽑기까지 짧으면 2개월, 길면 6개월도 걸린다. 그 기간 동안 발생하는 리스크 및 기회비용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꼭 필요한 직원을 뽑는 게 장기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당시 대표는 그런 개념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 뽑는 걸 쉽게 여겼다. 결국 열악한 현지 여건, 오너의 횡포, 잦은 이직 등 여러 악재는, 물을 가둔 둑에 난 작은 구멍이 둑을 무너뜨리는 듯 3년을 못 채우고 문을 닫고 말았다. 대표의 도덕성도 문제였지만 직원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게 더 큰 문제였다 생각한다.
15년 동안 9곳의 회사를 다녔다. 이중 한 직장을 5년 정도 다녔고 나머지는 6개월에서 1년 내외로 근무했다. 퇴직 사유는 다양했지만 보통 새로 입사하기까지 짧으면 2개월, 길면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했었다. 그 기간 동안 채용정보를 얻는 곳은 잡코리아, 사람인, 커리어 등 유명 채용사이트였다.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공고 검색에 매달린다. 온라인 지원을 위해 수 주 동안 검색하다 보면 같은 내용의 공고가 올라오는 기업이 있다. 이런 공고는 두 가지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기업의 사업 확장에 따른 신규 채용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문제로 인해 이직이 잦은 것일 수 있다. 사업 확장 여부는 검색해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기업 내부의 문제 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내가 앞서 경험했던 회사처럼 오너의 도덕 불감증이나, 신생 기업의 불안감, 평균에 못 미치는 급여 수준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이런 이유는 입사한 이후에 알 수 있다. 어렵게 입사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곪을 대로 곪아 있는 것이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문제없는 기업은 없다. 저마다 다양한 문제를 갖고 유지된다. 기업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문제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문제도 있다. 매출 증진, 사업 확장, 신제품 개발 등 긍정적인 문제와 달리 오너의 도덕성, 직원 간 다툼, 윤리의식 결여 등 기업을 좀 먹는 문제도 있다. 결국 이런 문제로 인해 망하는 기업도 있다. 잦은 이직은 기업을 좀 먹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오염된 물에 물고기가 오래 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런 문제를 단순히 직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오너도 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떠난 직원의 빈자리는 채우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그러니 함께 일 할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시키는 일을 할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 글이 수시로 올라오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사람답게 대접받으며 일하고 싶다. 빵빵한 복지와 든든한 월급, 눈치 안 보고 즐기는 휴가. 당연한 걸 당연하게 누리지 못하면서 박탈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시험 성적이 1등부터 꼴등까지 매겨지듯, 기업도 실적에 따라 규모가 정해진다. 실적이 좋은 기업은 그만큼 직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많을 테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기업도 부족한 만큼 혜택을 주려고 한다. 혜택의 많고 적음은 차치하고 오너의 진정성에 직원 마음도 움직이게 된다. 자기 욕심을 먼저 채우고 난 뒤 직원을 챙기는 오너, 직원을 먼저 챙기고 남은 걸 자신의 몫으로 아는 오너. 둘 중 사람의 마음을 얻는 오너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모두가 바라는 직장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회사 다운 회사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 눈에 보이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정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런 정보는 직접 겪어봐야 알 수도 있지만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앞서 말한 빈번한 채용공고가 그중 하나이다.
직장을 구하는 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실력과 노력에 더해 운도 따라야 한다. 어렵게 구해지는 만큼 이왕이면 오래 다니고 싶어 한다. 성급한 문어발식 지원보다, 한 군데씩 꼼꼼하게 알아보고 지원하는 게 자신이 바라는 회사를 찾는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