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찾는 여정 - 업ROAD
새 학기를 앞두고 둘째가 조심스레 물었다.
"주안이도 놀러 갔다는 데 우리는 어디 안가?
봄이면 꽃구경, 여름이면 수영장, 가을에는 캠핑, 겨울엔 카페 투어. 계절이 바뀔 때면 한 번씩은 콧바람을 쐬고 왔었다. 계절이 8번 바뀌는 동안 나들이 다운 나들이를 못하고 있었다. 둘째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는 것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았다.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 그렇다. 2년이 지난 요즘 사람들은 여기저기 잘 다니는 것 같았다. 말 나온 김에 그 자리에서 계획을 세워봤다. 이곳저곳 후보지를 말하며 언제 출발하고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 시작됐다. 눈은 검색하고 입은 의견을 모은다. 얼마 못가 못 가는 이유가 하나씩 나온다.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체, 도로에 차가 많고, 예약이 되는 숙소도 못 구하고, 날씨도 춥고, 차를 오래 타면 멀미하고 등등. 안 되는 이유가 나오기 시작하니 의욕이 사그라든다. 결국 말만 꺼냈다가 다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코로나 상황은 포기를 합리화시키기 좋은 핑계였다. 아이들도 가겠다는 고집을 부리지 못한다. 엄마 아빠의 의지보다 '핑계'가 더 강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내와 나도 가지 못할 이유 뒤에 숨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언제나 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것보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는 게 쉬웠다. 직장과 직업에 만족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일을 찾을 시도를 안 했었다. 언제나 핑계 뒤에 숨어 있었다. '할 줄 아는 게 없어', '당장 그만두면 생계는 어쩌고', '다른 일을 한다고 더 잘 된다는 보장은.' 시도해 보기도 전에 포기할 이유를 떠올렸다. 여행을 준비하다가 못 가는 이유만 찾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는 생각을 잘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걸 갖춘 뒤 여행을 떠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듯, 직업을 구하는 것 또한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믿으니 직장을 그만둔 뒤 준비 기간을 거쳐 다른 일을 시작이라 바른 길이라 생각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단정 지었다. 그런 고정관념이 결국 9번의 이직으로 이어졌고 월급에 끌려다녔던 것 같다.
'지금은 충분히 훌륭하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비참한 대우를 견디면 불만족스러운 직장에 억지로 붙어있으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더 큰 행복을 향해 전진하려면, 다른 무언가나 누군가가 변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관점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이따금 자신의 환경을 통제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의 철학》 - 빌 버넷, 데이브 에번스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건 위대한 도전이나 극적인 연출이 아니다. 오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골목을 걷거나 안 먹어본 음식을 먹어보는 데 있는 것 같다. 9곳의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런 걸 이해하지 못했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럴 필요 없었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그때 그걸로 충분히 훌륭했다. 다만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의 노력을 할 줄 몰랐다. 기다린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상황을 통제하는 건 오롯이 내 선택이었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한 발을 떼어 보겠다는 의지 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었다. 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바뀌는 것뿐이다. 내가 변하는 건 거창할 필요 없다. 원대한 목표를 세운다고 하루아침에 이루지지 않는다. 변화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여행을 가고 싶다면 일단 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켜고 출발해야 한다. 직장을, 직업을 바꾸고 싶다면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노력부터 시작하면 되었다. 질문을 하고, 궁금한 걸 배우고, 타 부서 동료를 만나보는 것으로도 이미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