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

내 일을 찾는 여정 - 업ROAD

by 김형준


직장인에게 이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생각한다. 시대가 변할수록 직장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잊힌 지 오래다. 조건만 좇는 이직이 아닌 성장의 발판이 되는 이직은 꼭 필요하다. 기회가 닿고 능력이 된다면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는 건 더 이상 흠이 아니다.


9번의 이직을 경험했다. 대기업부터 소기업까지 두루 경험했다. 13년 동안 9곳을 옮겨 다녔다. 한 곳에서 4년 다닌 걸 제외하면 평균 1년도 못 채운 꼴이다. 6개월 만에 문을 닫거나, 성질을 죽이지 못해 뛰쳐 두 달만에 뛰쳐나오고, 월급이 안 나오고, 더 좋은 조건만 좇아 무작정 옮겼었다. 내가 잘못 판단한 것도 있고, 내 의지와 상관없는 경우도 있었다. 경우가 어떠하든 나와 내 가족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월급을 제때 못 가져다주면서 무능하다 자책했다. 처음 한 번이 어렵다고들 한다. 이직도 그랬다. 4년을 다닌 직장은 업계에서 탄탄하기로 소문난 기업이었다. 월급은 적었지만 안정된 곳이었다. 직장인의 3,6,9 법칙이 있다. 3년 간격으로 회의감이 든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4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다지 좋은 조건도 아닌 곳으로 이직을 했다. 준비가 부족한 이직은 6개월 만에 다시 다른 직장을 찾게 되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이어지며 연봉은 제자리였고, 경력도 고만고만 해졌다. 한 마디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직장인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습관처럼 채용 공고를 찾아봤다. 더 나은 조건의 공고는 있었지만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진 않았다. 업무 능력을 키우고, 부족한 전공 공부를 하며 역량을 키우지도 않고 근무 경력에만 의지한 체 더 나은 조건을 좇았다. 그 결과가 9번의 이직이었고, 무색무취의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돌이켜 보면 이직은 나에게 기회만 좇는 꼴이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보인다고 했다. 준비도 없이 행운이 되어 줄 기회만 찾았던 것 같다. 그러니 9번의 이직은 내 인생에서 쓸모없는 경험이라 생각했었다.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나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쉽다고 해야 하나, 한 권이 아닌 수백 권의 책이 나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운명을 바꾸기로 마음먹으니 생각도 바뀌었다. 지나온 내 경험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살아온 경험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나에게 보잘것없는 경험도 누군가에겐 삶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도 한다. 다만 내 경험을 타인과 나누었을 때 가치도 생긴다는 전제가 있다. 타인과 나누기로 마음먹은 것도 책을 읽으면서 였고, 행동으로 옮긴 건 글을 쓰면서부터였다. 지나온 시간을 글로 옮겼다. 직장을 옮겼던 이유를 적어보고, 이직이 안 돼 몇 달을 허비한 것도 적었다. 성질을 죽이지 못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보기도 했다. 행동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이유를 먼저 알고 행동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지만 대개는 그러지 못한다. 나도 즉흥적인 행동 탓에 9번의 이직을 경험했던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날의 내 행동을 되돌아보며 나를 다시 보게 되고, 실수를 바로 잡을 기회도 갖게 되었다. 과거의 실수를 반성함으로써 지금의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을 갖게 된다. 지금 알게 된 걸 그때 알았다면 분명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내가 알게 된 걸 다른 사람과 나누려고 책을 쓰고 강연을 했다. 9번의 이직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기회를 만들지 못했을 거다.


살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험이 있다. 이직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직은 눈에 보이는 조건을 좇기보다 자신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뒤늦게 깨달았다. 성장을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한 체 조건만 좇다 보니 9번이나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분명한 건 직장인에게 이직은 필수가 되는 요즘이다. 다만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지만 평생 직업은 여전히 유효하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살기 위해 이직은 적을 물리치는 최강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9번의 이직은 나에게 '경험'을 남겼고, 그 덕분에 글을 쓰는 직업까지 갖게 했다. 여러 번의 이직으로 비록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내 일'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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