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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20. 2022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7살,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시작했다. 아파트 상가에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초등학교 2학년 예술의 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합격, 11살에 금호영재콘서트 무대로 데뷔, 14살에는 미국 클리브랜드 청소년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다. 이어 2019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임윤찬'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3년이 지난 지금, 세대 3대 피아노 콩쿠르인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다. 이번 콩쿠르에서 그가 보여준 기량은 압도적이라고 한다. 누구나 들어봤지만 아무나 시도하지 못한다는 리스트의 '초절정기교 연습곡'을 거침없이 연주해 냈다고 한다. 이 곡은 난곡 중 난곡으로 '악마적 기교'를 요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연습곡 12곡 전곡을 65분 동안 쉼 없이 연주한 적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리스트가 평생에 걸쳐 작곡한 곡인데, 한 번에 연주하는 게 작곡가의 인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자료 출처 - 한겨레 '임윤찬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서 시작해 어떻게 18살에 우승했나(임석규 기자)>


영재로 두각을 나타내는 나이가 보통 3~4살이라고 한다. 7살이면 상당히 늦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출발은 늦었지만 11년 만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었던 과정이 궁금했다. 음악영재아카데미를 거쳐 각종 콩쿠르에 입상하며 더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더 많은 경험을 하며 더 좋은 스승을 만나며 성장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은 할 수 있지만 재미와 의미를 찾는 건 본인의 몫이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둘째 딸 채윤이도 작년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본인이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했다. 공부보다는 예체능 쪽에 관심이 많았다. 7살부터 시작한 태권도에도 진심이다. 장래희망 1순위로 태권도 관장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다. 피아노도 진심으로 열심히다. 얼마 전 '삼성음악신문 피아노 콩쿠르'에서 특상을 받았다. 배운 기간이 짧아 참가를 말렸지만 기어이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공부하는 셈 치고 허락했다. 오기가 생겨 열심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스스로 선택하고 연습하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나도 마흔셋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도, 배운 적도, 제대로 써본 적도 없었다. 무작정 쓰기 시작했고, 쓰면서 하나씩 배웠다. 강의를 듣고 책을 찾아보고 배운 걸 연습했다. 때로는 여럿이 모여 쓰기도 했다. 함께 쓰면서 내 글을 평가도 받았다. 혼자 쓸 땐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통해 내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SNS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서도 짐작해봤다. SNS에서는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쓴소리는 없었다. 쓴소리가 없다는 게 잘 쓴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덤벼들었을 때는 주변 반응에도 일희일비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무뎌졌다. 여전히 반응에 신경 쓰지만 덜 상처받으려고 노력 중이다. 


영재처럼 일찍부터 주목을 받는 이들도 있다. 주목을 받지 못해도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실력보다 주목만 받기 위해 안달 내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고 나아갈 방향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평가 이전에 혼자 노력하는 시간의 양과 질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척도가 된다고 생각한다. 평가를 통해 손에 쥐는 결과는 눈에 보이는 것이다. 보이는 결과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진정으로 그 사람을 말해준다. 이는 누가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로지 본인만이 안다. 무엇을 배우든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과정 속에서 노력의 양과 질은 오롯이 자신의 선택이다. 억지로 앉혀놓고 열몇 시간씩 연습시킬 수 있다. 반대로 스스로 정한 목표대로 열몇 시간씩 연습하는 이도 있다. 이 둘의 결과가 어떨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임윤찬 군이 65분 동안 쉼 없이 연주하기 위해 6,500분, 65,000분 아니 그 이상을 연습했을 것이다. 그 시간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우리 둘째도 대상을 받기 위해 매 순간 열심히 연습했다.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지만 오롯이 혼자 연습했기에 비록 대상은 아니어도 그에 맞는 결과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나도 강의를 듣고 책을 통해 글쓰기를 배우기는 했지만 매일 혼자 쓰는 연습을 했기에 몇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주어진 해답은 없다. 그런데 삶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방도는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거기에 맞춘 삶을 사는 것이다. 인생 최고의 비극은 자기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놔두고 부모님이 원하는 일, 배우자가 바라는 일, 먹고살기 위한 일에 모든 시간을 쓰는 인생이다." 

《혼자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언제 시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언제 시작하든 얼마나 최선을 다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최선을 다하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만든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바라는 목표에도 더 빨리 더 일찍 닿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를 위해 나에게 주는 혼자 있는 시간, 여러분은 얼마나 갖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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