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Jul 10. 2022

사람 덕분에 지금 이렇게

2022. 07. 10.  07:49


(사람을 만났다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만나야 할 사람이 없었다 자존감이 낮아 사람을 만날 생각을 못했다 만나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조건을 생각하니 만날 엄두를 못 냈다 조건보다 마음이다 줄 수 있는 게 특별한 건 아니다 가진 게 없다고 여겼기에 망설였던 것 같다 가진 게 많다는 기준은 없다 다르다는 차이만 인정하면 된다 다름을 통해서 서로를 도울 수 있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면서 사람을 이해하고 글로써 사람을 돕고 사람을 통해서 내가 성장한다) - 메모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도구로 무엇이 있을까? 지식? 습관? 성실? 의지? 다 맞다. 개인의 성장은 어느 하나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게 아니다. 나는 여기에 '사람'을 더하고 싶다. 변화와 성장의 시작은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결국 사람에 의해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대책도 없이 직장을 그만두었다. 욱하는 성질을 죽이지 못했다. 벌써 두 번째다. 한 번은 그렇다 쳐도 두 번이나 이러면 사람들 볼 면이 없다. 이제 일자리 부탁도 못하겠다. 이런 나를 누가 돕겠나? 반듯한 직장을 다닐 때나 마음 편히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부탁하는 입장에선 선뜻 연락도 못하겠다. 안부를 묻는 자체가 부탁의 의미로 전해질까 싶었다. 그러니 사람들과 연락도 뜸해지는 것 같다.


두 달만에 다시 취직했다. 직원 수는 두 손가락으로 셀 수 있다. 그 안에서도 마음이 맞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기준은 내 주관이다. 한두 마디 나누어 보고 겪으면서 마음으로 분류한다. 한 번 정해지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분류가 나뉘면 태도도 정해진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는 깊은 대화도 나누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농담도 아낀다. 사람을 가릴수록 만나는 횟수도 줄고 폭도 줄었다. 마음 나눌 사람이 적을수록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도 줄었다. 어쩌면 스스로 자처한 것이다. 그때는 관계에 대한 기준도 없었고, 사람을 왜 소중히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랬던 내가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세 번의 계기 덕분이다. 처음은 책을 통해서다. 책을 읽게 되면서 책을 쓴 '저자'와 만나게 되었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위대한 사상을 만들어낸 철학자, 보편타당한 논리를 만든 사상가, 행동을 이끌어내는 동기부여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상담사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나온 시간 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계기도 책을 통해서다. 책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책을 읽으니 자연히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통해서 만났지만 성격도 취향도 가치관도 제 각각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만나면서 또 한 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람들 틈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고민했다. 어떤 사람이 된다는 건 직업과도 연결되었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게 되느냐에 따라 만나는 사람도 달라질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글을 쓰면서 고민한 끝에 작가를 선택했다. 책으로 시작해 글을 쓰면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었다.


세 번째 계기는 사람이었다. 책을 쓴 저자를 만났고,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다양하게 만났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았다. 정체성이 정해지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 또한 사람들 덕분이다. 내 선택이 작가라는 직업으로 이끌었지만 무엇을 할지는 사람들에 의해서였다. 사람이 쓴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걸 배웠고, 그렇게 배운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대단한 걸 가져서라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면서부터 였다. 완벽하지 못한 게 사람이고, 부족한 걸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통해 채울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런 배움을 실천하는 게 서로를 돕는 것이었다. 사람은 사람을 도움으로써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고 배우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국 지금까지의 성장과 변화는 사람에서 출발해 사람에 의해 완성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살면서 변화를 겪는다. 스스로 선택할 수도 있고, 등 떠밀려 일 수 있고, 아니면 변화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분명한 건 변화를 선택했다면 올바른 도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여러 도구가 맞물려야 바라는 변화로 나아갈 수 있다. 그중 사람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사람에 의해 정체성을 찾을 수도 있고, 자신의 역할을 발견할 수도 있고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사람들과 교제할 때는 다소나마 상대방을 이롭게 해주는 것이 좋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2022. 07. 10.  10:25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이 서툰 나는, 아빠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