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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12. 2022

마흔, 울어도 괜찮아

2022. 07. 12.  07:44



최근에 눈물 흘린 적 있나요? 저는 드라마 보면서 울었던 것 같습니다. 소리 내 운 건 아니지만 배우의 연기에 감정이입되어서 어금니를 물었지만 그렁그렁 맺혔었습니다. 눈물이 나는 포인트도 나이 들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배우가 연기하는 배역의 인물이 어떤 마음인지 짐작하면서 더 찡해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눈물에 관대 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습니다. 울 일도 없었고요. 있어도 억지로 참았던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눈물에 관대해졌습니다. 사람들 앞에서조차 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때의 눈물은 남다른 의미였습니다. 덕분에 다시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눈물의 힘이었습니다.


개인회생으로 빚잔치를 한 바탕했습니다. 그동안 모아 온 것에서 절반을 잃었습니다. 아내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시간 실수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더 중요했습니다. 책을 읽은 덕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치열하게 살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보장된 게 없었습니다. 불안을 동기 삼아 매일을 버텨야 했습니다. 저를 이끌어 주는 이도 없었습니다. 믿을 건 오로지 제 자신뿐이었습니다. 흔들려도 스스로 다 잡아야 했고, 불안해도 혼자 이겨내야 했습니다. 이런 나를 잡아줄 수 있는 한 마디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섣불리 해줄 수 없는 말입니다. 타인의 인생에 끼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누군가의 무책임한 한 마디에 벼랑으로 떨어질 수도 금방 부서질 다리 위를 걷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오직 자기 스스로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성공은 또 하나의 기준입니다. 저마다 성공 공식을 하나씩 갖게 되는 겁니다. 그런 그들이 뒤를 따르는 이들에게 해주는 조언이나 인정이 자신이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확신을 갖게 합니다. 틀리지 않았다고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합니다. 반복하며 성과도 조금씩 쌓여 갑니다. 당장 눈에 띌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묵묵히 이어갑니다. 하루, 한 달, 육 개월, 일 년 이어집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는 지루한 노력입니다. 당장 부자가 되거나 명예를 얻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어쩌면 자기만족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또 다른 가치를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거창한 목표 같은 겁니다. 이 또한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노력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기회가 옵니다. 주어지기도 하고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입증하는 순간입니다.


94명 앞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내기 위해 모인 자이언트 식구들이 함께했습니다. 친구, 지인, 아내와 두 딸도 함께였습니다. 강연 내내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제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줬습니다. 책에 담았던 저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었습니다. 강연 경험이 많지 않아 중간중간 말하는 내용 때문에 울컥하기도 했었습니다.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제는 1시간 내내 잘 참고 넘어갔습니다. 대신 듣는 분들이 저 대신 울어줬다고 합니다. 고개를 끄덕여주고 박수 쳐주고 눈물을 흘리며 공감해 주었습니다. 그분의 반응 덕분에 제가 지금껏 틀린 길을 걷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나보다 앞서 성공한 이들의 인정도 필요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들의 공감도 가치 있습니다. 그들의 공감 덕분에 헛된 노력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났습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물 덕분에 저는 같은 일상을 반복할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눈물의 힘입니다. 


눈물이 나약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건강하기에 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적인 눈물이 아니어도 자기감정에 솔직하면 얼마든 울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건강합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눈물이 나겠지만 저처럼 노력에 대한 보상, 믿음에 대한 확신의 의미가 담긴 눈물은 저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다면 더 건강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022. 07. 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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