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30. 07:38
취업 면접에서 단골 질문은 1분 자기소개 일 것입니다. 이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나를 한 문장으로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면접 자리에 오기까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 곧 자신을 말해주는 한 문장이 될 것입니다. 가령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게임에 빠져 지낸 시간,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그림에 미쳤던 시간, 회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숫자에 파묻혀 지낸 시간들. 그 시간들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았기에 새로운 기회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하고 싶은 일의 성과 즉, 축적이 있었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9곳의 직장을 옮긴 건 결과였습니다. 9번의 직장을 얻기 위해서 셀 수 없이 면접을 봤습니다. 실무자가 면접만 보고 끝나기도 하고, 2,3차 면접을 보고도 떨어졌습니다. 전공 지식을 묻기도 하고, 포부나 계획을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수 없이 면접을 봐도 적응이 안 되는 질문이 바로 '1분 자기소개'입니다. 예상 질문을 알려주는 곳은 없습니다. 예상 질문을 늘 준비하지만 1분 소개만큼은 늘 목구멍을 꽉 막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사이다 같은 표현이 없었습니다. 직장은 많이 다녔는데 뚜렷한 기술이 없었고, 맡은 업무를 오래 하기는 했지만 차별화된 성과가 없었고, 취미나 특기가 있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도 없었습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모를 무색무취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시 소개를 1분 동안이나 하라는 질문에 입만 뻥긋거리는 물고기나 다름없었습니다.
어쩌면 나를 소개하는 데 1분도 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나를 표현하는 한 문장이면 족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나를 표현하는 데 1분 동안이나 말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건 덜 만들어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뒤 사정과 과정을 설명하며 이해를 돕기 위한 시간으로 1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는 합니다. 1분을 압축해 단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의미의 자기소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문장이나 단어로 정의될 수 있다는 건 자신 곧 그 결과물이라는 의미입니다. 웹툰 작가는 자신이 창작해낸 작품이 곧 자신을 말해주고, 작곡가는 자신이 만든 곡이고, 작가는 자신이 쓴 책일 것입니다. 그런 결과물 이면에는 노력이라는 축적이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2018년을 시작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무작정 읽기 시작했고 읽은 책을 기록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고 블로그나 브런치에 남겼습니다. 4년이 넘게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읽은 책은 천 권이 넘었고, 썼던 글이 모여 몇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가끔 브런치나 블로그 글을 보고 강연이나 협업을 제안해 오기도 합니다. 그 글들이 제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작가를 직업으로 삼았기에 그들의 제안이 고맙고 반갑습니다. 직업으로써 작가이기 위해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썼기에 그들에겐 '작가'라고 보인 것 같습니다. 일련의 노력들이 쌓여 저를 작가라는 정체성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다면 이제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작가입니다.
중학교 1학년, 사춘기, 14살, 큰딸을 표현하는 단어들입니다. 지금을 대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시기라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탐색하고 시도해 보는 과정입니다. 물론 대입이라는 인생의 큰 장애물을 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잠시 미뤄둘 수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어느 순간 하고 싶은 게 생겨 그 일에 달려들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학교 공부도 뒷전이 될 수 있습니다.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회가 생겼을 때 도전해보는 것도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일 것입니다. 설령 그런 일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빠를 수도 있고 늦게 찾아올 수도 있을 테니까요. 언제 어느 때 어떤 일을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기억했으면 합니다. 시작하는 그 일이 곧 자신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축적의 과정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힘들고 지루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버텨야 합니다. 버텨내는 이에게만 이름이 주어진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단하게 아니어도 됩니다. 조금의 호기심만 생겨도 일단 꾸준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 쌓이는 것들이 어느 순간 자신을 정의해 줄 것입니다. 그렇게 쌓인 것들이 대단하지 않아도 결국 대단해질 것입니다.
2022. 08. 30.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