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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04. 2022

쉬운 글, 쓰기 어렵다

2022. 09. 03.  07:20



쉬운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읽으면서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으면서 바로 이해한다는 건 읽는 사람의 지적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책에서는 내가 쓰는 글을 적어도 중학생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쓰라고 조언합니다. 그럼 중학생이 이해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요? 어느 책에서도 딱 이 정도여야 한다고 설명하지 못합니다. 뭉뚱그려서 쉽게 쓰라고만 조언합니다. 그런 글을 쓰는 작가도 기준을 정하기는 애매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도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쉬운 글의 기준을 중학생이나 초등학생이 이해할 정도로 써야 한다고만 배웠을 겁니다.    


얼마 전 읽은 문장입니다.   

"그러니까 읽기란 무언가를 더 잘 알기 위해서 텍스트를 더 넓고 깊게 이해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목적 지향적인 행위입니다." 《읽는 인간 -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조병영 지음

저자는 이 분야를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전문가입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려운 내용을 일반 독자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을 겁니다. 그런 노력 끝에 이 책이 나왔을 테니까요. 저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걸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문장도, 평소 접하지 못한 단어도 많았습니다. 어려운 단어가 많다 보니 읽으면서 바로바로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렵고 접하지 못한 단어가 많다는 건 그만큼 저의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 또 누군가는 읽으면서 바로 이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읽기의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했을 겁니다. 그에겐 쉬운 글입니다. 같은 사람이 없듯 글도 읽는 사람마다의 역량에 따라 이해되는 게 다를 뿐입니다.


저는 쉬운 글의 의미를 읽으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말하는 쉬운 글은 크게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 아래와 같이 첨부하여 기안하오니 검토 후 재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와 같이 추가하여 보고하오니 검토 후 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첨부, 기안, 재가 같은 단어는 예의를 갖추기 위해 사용합니다. 직장의 상하관계는 차치하고, 문장만 놓고 보면 아래 문장이 쉽고 의미 전달이 더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쉬운 문장을 쓰는 것입니다. 

예) 사람은 부모에 의해 태어나고 성장해서 자신만의 삶을 살다가 생명이 다하면 죽게 된다.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두 문장은 같은 의미입니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문장 길이만 달라질 뿐입니다. 문장을 짧게 쓰라는 것도 쉬운 글을 쓰기 위해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의미만 담고, 그 문장은 짧을수록 전달이 더 잘 될 것입니다. 


글의 주제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에세이를 쓰면서 전문용어를 남발하면 공감받지 못하고, 경영서를 쓰면서 일상 단어만 사용하면 신뢰가 떨어질 겁니다. 내가 쓰는 주제에 따라 적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합니다. 에세이는 친구와 대화하듯 쓰고, 경영서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써야 합니다. 물론 이 또한 정해진 규칙이 있는 건 아닙니다. 딱딱한 내용도 일상의 단어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노력은 필요할 테지만요. 저는 작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내용을 다루더라도 이해가 쉬운 단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표현에 한계는 있겠지만 가능한 한 쉬운 단어를 쓰는 노력이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종류의 글을 쓰든 독자에게 외면받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또 글을 쓰는 목적은 독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도움을 주는 게 목적이라면 이왕이면 조금 더 친절해지면 어떨까요? 글을 쉽게 쓰려는 저자의 노력은 분명 독자에게 전해집니다. 쉬운 글을 쓴 친절한 저자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2022. 09. 04.  08:10    

(하루만에 마무리 했네요. 여전히 어려운 글쓰기, 언제쯤 쉽게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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