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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15. 2022

내가 나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

2022. 09. 15.  07:42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건 진심이 담긴 한 마디일 수 있습니다. 그 한 마디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말의 무게도 달라질 것입니다. 같은 길을 나보다 앞서 걷는 이에게서 듣는 말이라면 더 의미가 남다를 테니까요.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을 쓰려고 한다면 5년 동안은 쓰레기를 양산하다고 생각하라. 나는 세상 최고의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말이기에 더 위로를 받았습니다. 5년 가까이 매일 글을 썼습니다. 수없이 쓰레기를 써냈습니다. 그 쓰레기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저도 그 글들 덕분에 존재할 것입니다. 막연한 기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재능도 확신도 없이 의욕만 앞섰습니다. 글이 형편없기는 따져 뭐하겠습니까. 손발이 오그라들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글을 신나게 썼습니다. 아마 내가 사는 세상에서 최고의 졸작을 써내려 갔던 것 같습니다. 주변의 누군가 팩트 폭격을 날렸으면 당장이라도 그만뒀을 겁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때 만약 누군가 내 글을 날카로운 말로 평가했다면 그 말에 갈갈이 찍기고 말았을 겁니다. 글만 쓰려고 했지 평가를 감당해낼 마음 가짐은 없었습니다. 4년 8개월을 버틴 덕분에 지금은 어떤 평가에도 의연해지려고 노력합니다. 마음의 동요가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다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덜 상처받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몇 개월째 매일 글을 쓰는 분들이 계십니다. 글쓰기와 거리가 멀었던 분들이 스스로 찾아와 스스로 쓰기 시작했고 9개월째 매일 자신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분들도 지금 자신만의 쓰레기를 양산해 내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쌓여서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가 있다면, 그분들이 써내는 쓰레기 같은 글은 쌓일수록 삶에 향기를 더할 것입니다. 분명 매일 쓰며 매일 새로운 자신을 만나고 있을 겁니다. 자신과 만나며 이전과 다른 자기만의 향기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골드버그 여사가 정한 5년 동안 산더미같이 쌓인 졸작이 결국에는 '걸작'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글쓰기뿐 아니라 매일 무언가를 해낸다는 건 지루한 싸움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쟁 같은 하루를 살아낼 것입니다.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옵니다. 잠깐 방심하면 그림자가 자신을 집어삼킬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매일 해냅니다. 그런 자신에게 한 발 앞서 걷는 이가 건네는 진심이 담긴 말은 그 어떤 위로보다 값집니다. 그 한 마디에 위로도 받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얻게 됩니다. 나의 수고를 누군가 알아채고, 더 나아가 공감해주고 격려받는다면 이보다 값진 경험은 없을 겁니다. 곁에 있는 누군가가 매일 이렇게 공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칠 일도 없을 텐데요. 


무언가 이루기 위해 5년 이든 10년이든 버텨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 동안 오롯이 함께 하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대가를 이룬 이들의 공감 어린 위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도 필요할 것입니다. 내가 먼저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내 글에 취했기에 지금껏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글을 써내고 있지만 매일 쓰는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내 글에 자부심을 갖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내 글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필력을 갖고 싶습니다. 적어도 내가 쓴 글에 대한 어떤 평가에도 당당해지고 싶습니다. 내 글이 곧 나 임을 말해주는 필체를 갖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지금껏 고생한 나를 위해 골드버그 여사의 위로도 받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격려도 받습니다. 공감, 위로, 격려의 힘을 그러모아 다시 또 매일 내 글을 써내려 갑니다.   

   


2022. 09. 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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