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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27. 2022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여유가 없는 건 아닐까요?

2022. 09. 27.  07:38


충청도 사람의 특징을 표현하는 개그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정체된 도로에서 갈길이 바쁜 외지인이 느릿느릿 운전하는 앞차에게 경적을 울리며 성질을 부립니다. 이를 두고 충청도 사람은 "그럴 거면 어제 오지 그랬슈!". 서두르는 건 마음의 여유 차이인 것 같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은 여유가 없고 습관적으로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시간이 없다는 말로 핑계를 대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며칠 째 엔진 경고등이 들어온 체로 운전을 했습니다. 불안했지만 차를 두고 다닐 상황이 아니라 마음으로 탈이 안 나길 기도하면 운전했습니다.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습니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시동은 거는 데 엔진이 먹통입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말을 듣지 않습니다. 남의 영업장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보험사를 통해 견인차를 불렀고 그 사이 시동이 다시 걸렸습니다. 고친 게 아니라서 견인차에 실려 근처 정비센터로 갔습니다. 진단을 해보더니 여기서는 고칠 수 없다고 합니다. 지정 센터에서 정확하게 진단을 받아봐야 증상을 알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예약이 빨리 되는 센터를 수소문해 1주일 뒤 토요일로 예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더 운행을 했습니다. 예약한 날짜를 며칠 앞둔 새벽 출근길, 주유구 쪽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반복적으로 들립니다. 슬슬 불안해집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신호대기 중 엔진이 멈춥니다. 겨우 도로 가장자리로 옮겼고 이번에도 견인차를 불러 공식 지정 센터로 입고시켰습니다. 다행히 무상 수리가 되는 증상이라 이틀 만에 다시 탈 수 있었습니다. 며칠을 탔습니다. 토요일 아침 앞서 예약했던 정비센터에서 전화가 왔고 미처 받지 못했습니다. 그때 아차 싶었습니다. 미리 전화를 해서 예약을 취소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편으로 나 스스로에게 핑계를 댑니다. '그래 바빠서 전화를 못했던 거야.'


핑계를 댔지만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시간이 없었다기보다 마음이 없었던 거였습니다. 수리가 끝나고 예약했던 게 생각났고 그때 전화해서 취소했으면 핑계를 댈 일을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전화 한 통화하는 잠깐의 짬을 내지 않았기에 상대방에게 불편을 줬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먼저 전화했을 겁니다. 살면서 이런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밥 한 번 먹자고 말만 하고 약속을 잡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이것만 끝내고 공부를 시작할 거라는 약속도 그렇고, 주말에 꼭 시간 내서 놀아줄게라고 약속하는 게 그렇습니다. 이런 약속은 대부분 말 뿐입니다. 지키지 못한 약속에는 늘 핑계가 따릅니다. '시간이 없어서 그랬어'


누구나 바쁘게 삽니다.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치열하게 삽니다. 비슷한 처지에서도 누군가는 주변을 두루 살피며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핑계만 대기에 급급합니다. 저는 그 차이가 마음의 여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 수업 중간 쉬는 시간, 아이가 잠든 잠깐. 정신없이 살다가도 잠깐의 여유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시간에 무엇을 할지가 마음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았으니 아무 생각 안 하고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공부에 지쳤으니 동영상으로 머리를 식혀주겠다는 학생도 있고, 육아로 지친 몸을 TV를 보며 풀어주는 이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런 휴식은 필요합니다. 잘 쉬는 것도 일의 능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같은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사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하루 중 잠깐 짬이 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습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몇 분이라고 우습게 여겨 재미만 쫓는다면 그 자체로 습관이 되고 맙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의미 없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겁니다. 기껏 여유 시간을 가졌지만 남는 것 없이 보내고 나면 후회가 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시간이 남을 때마다 TV나 스마트 폰만 봤고 그러고 나면 후회만 남았습니다. 악순환을 반복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때였습니다. 직장에서 자리가 불안했고, 일을 그만두면 무얼 할지도 막막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지도 못했을 때였습니다. 그러니 매사 불만만 쌓이고, 불만을 풀기 위해 자극적인 것만 좇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짬나는 시간에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으면 합니다. 굳이 책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내 마음이 편하고 이를 통해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중 몇 분의 여유를 통해 조금씩 하고 싶은 걸 시도도 해봤으면 합니다. 그런 시간이 꾸준히 쌓이면 습관이 될 수도 있고 나름의 성과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매일 책을 읽은 덕분에 수백 권을 읽었고, 책도 내고, 지금 이렇게 글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마음의 여유는 누가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내가 어떻게 사용하겠다고 선택하면 됩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보다 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마음이 있다면 시간도 생깁니다.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걸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됩니다. 잘하게 되면 삶도 따라서 변할 것입니다.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출발점은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2022. 09. 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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