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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03. 2022

서랍으로 들어간 글이  나에게 알려준 것

2022. 10. 03.  08:22


7시 14분에 시작했던 글은 서랍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시간도 충분해서 그럴듯하게 써보려고 했지만 결국 쓰기를 멈췄습니다. 대신 지금 이 글로 오늘 한 편을 대신하려고 합니다.


왜 멈췄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주제도 정했고 소재도 구상했습니다. 쓰기만 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쉬운 주제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쓰기 쉬운 주제만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어려워도 시도해 봐야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멈췄습니다. 생각이나 경험이 부족해서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럴듯한 사례를 선택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낸 경험을 적을수록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적합한 사례가 아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생각과 손이 수시로 멈췄고 결국 서랍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는 건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입니다. 나의 성장이 먼저이고 타인의 성장을 돕는 건 다음입니다. 내가 먼저 배우고 익히고 경험한 것들을 글로 다듬어 냄으로써 타인에게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합니다. 나도 타인의 글을 읽고 정보를 얻고 생각의 틀이 깨지기도 하듯, 내가 쓴 글이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효과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도를 하지 않고 늘 쉽고 편한 글만 쓰면 자신은 물론 상대방에게 별다른 매력을 어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배울 게 있다는 건 매력적인 대상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자신을 끊임없이 성장시켜야 할 것입니다. 물론 타인에게 보여주기 식이 아닌 자신이 원해서 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꾸준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성장형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도록 독려하는 사람'을 파트너로 삼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캐럴 드웩의 《마인드 셋》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브런치나 여러 SNS를 통해 매일 새 글이 올라오는 이유도 새로운 걸 배우기 위해서일 겁니다. 단순한 신변잡기식의 재미를 좇는 이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이들을 찾고 그들의 글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꾀하려 합니다. 또 글을 쓰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달라지길 바랄 것입니다. 이런 선순환이, 대가 없는 나눔이 결국 서로에게 새로운 걸 배우도록 독려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니 멈출 수 없고 더 깊이 배우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9개월째 단톡방을 운영 중입니다. 8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제가 했지만 그분들의 꾸준함을 통해 저 또한 자극을 받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수시로 나누어 줍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닙니다. 책에서 얻은 한 구절, 삶에서 얻은 느낌,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한 번쯤 생각해볼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깨달음은 일상에 있다고 했습니다. 혼자서는 미처 다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같은 지향점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하나씩 얻어갈 수 있을 겁니다. 나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중 사람만큼 가치 있는 건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살아야 한다면 나누며 사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고만고만한 삶을 사는 저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눌 수 있는 게 많습니다. '무엇을' 보다 '왜'에 집중하면 기꺼이 나누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려워서 멈췄던 글도 결국엔 저를 그만큼 성장시킬 것이고, 저의 성장은 또 다른 이들에게 새것을 배우게 도울 것입니다.


2022. 10. 0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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