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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04. 2022

통제할 수 있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

2022. 10. 04.  07:39



화음은 악기가 악보에 정해놓은 순서에 따라 연주를 할 때 만들어진다. 연주자는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악기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한다. 그래야 정확한 음을 내게 되고 다른 악기와 조화를 이룬다. 자칫 실수 한 번에 전곡을 다시 녹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할 테니 말이다. 악기처럼 통제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우리 주변에는 통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악기도 통제가 안 되면 화를 부르듯, 우리도 통제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더 큰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김없이 6시에 도착해 회사 건물이 보이는 횡단보도에 섰다. 보행자 신호가 들어오고 사거리를 가로질러 건물을 향해 걸었다. 가까워질수록 낯선 소리가 들린다. 1층 카센터 내 소방벨이 울린다. 예감이 좋지 않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리니 똑같은 소리가 들린다. 열쇠로 문을 열고 지문으로 인증하고 불이 켜니 사무실도 요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씨! 뭐야 이거!"순간 입 밖으로 내뱉었다.


평소보다 10분 일찍 이불 밖으로 나왔다. 씻고 책상에 앉아 일기를 썼다. 운전하며 들을 오디오 북을 선택하고 가방을 챙겨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일찍 출발하는 건 도로 정체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다. 다행히 신호에 덜 걸려 평소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 내 의지대로 시작한 출근길과 반대로 회사 건물의 소방벨은 내가 통제할 수 없었다. 통제할 수 없는 것 앞에서 선택해야 했다. 차에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일찍 문을 여는 카페를 검색해보고 찾아갈 수도 있다. 아니면 사무실에서 소리가 꺼지길 기다릴 수도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씩씩거리며 5분 거리에 주차해 놓은 차로 갔다. 운전석에 앉으니 짜증이 더 올라온다. '누구 때문에 지금 이러고 있는 거지?' 탓할 대상을 생각해보지만 떠오르는 사람은 없다. 이럴 때 탓할 대상이 있다면 마음은 가벼울 수도 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게 선명해지니 말이다. 그때 모기 한 마리가 귀 옆으로 날아간다. "에이씨 이놈의 모기 새끼!"모기에게 화풀이를 할 작정이다. 지하주차장 어두운 차 안에서 보이지도 않는 모기에 화풀이를 해본다. '잡히기만 해 봐라'식이다. 잡으려고 애써봐야 잡히지 않을 것 같다. 가방을 챙겨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어느새 6시 40분. 남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단골 카페는 7시 반에 문을 연다. 생각나는 대로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계단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물처럼 사람들은 개찰구만 보고 뛰어간다. 대합실 한 편에 자리한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스마트폰에 블로그 앱을 켠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게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쓴다. 손은 글을 쓰고, 귀는 음악을 듣고, 눈은 지나는 사람을 흘끔거린다. 아침에 일어난 일에 대해 쓴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지? 누구 때문에 이 아침을 망치고 있는 거지?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났던 상황을 적었다. 적으면서 탓할 대상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상황은 차치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게 더 나았다. 그래서 지하철역을 선택했고 그 안에서 글을 썼다. 


방금 전 상황뿐 아니라 살면서 여러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된다. 그때마다 우리는 선택한다. 통제할 수 없는 걸 탓하고만 있을지, 아니면 차선의 방법을 선택할지를. 탓만 하면 감정만 상하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렇다고 성인군자처럼 의연하게 받아들일 만큼의 수련이 되어 있지도 않다. 생각해보면 통제할 수 없는 건 당장 달라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 상황에서 바꿀 수 있는 건 내 선택뿐이다. 상황을 대하는 내 태도만 선택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매달려 짜증만 부리고 있을지, 통제할 수 있는 걸 찾고 내 의지대로 상황을 만들어갈지는 자신의 몫이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2022. 10. 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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