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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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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22.  06:42


마음이 울적하게 답답할 때 산으로 올라가 소리 한 번 지르고 싶은 요즘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 때문에 좌절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때문에 우울하기도 합니다. 그럴 땐 누구처럼 가슴을 펴고 '쿵따리 샤바라'를 외쳐보고도 싶습니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도하는 일마다 성공하고, 도전하는 목표마다 다 이루어진다면 삶이 얼마나 즐거울까요? 하지만 세상일 내 뜻대로 안 되더라고요. 잔뜩 각오하고 벼르고 덤벼들었지만 보기 좋게 까이고 나면 발목에 100톤짜리 쇳덩어리를 찬 듯 매가리가 풀립니다. 누가 채우지도 않은 쇳덩어리를 혼자 낑낑대고 있습니다. 마음만 바꾸면 그깟 100톤 쇳덩어리도 한낱 솜털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사람인지라 그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요즘 들어 한 가지 위안을 삼는 게 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면 보상이 주어진다는 명제를 믿습니다. 그 믿음에 답을 하듯 브런치에 매일 쓰는 글 평균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글 한 편에 평균 조회수는 30~40이었습니다. 요즘은 90~100을 오갑니다. 또 잊힐만하면 포털 메인에 걸어주는 센스 덕분에 3천 ~ 4천짜리 조회수 맛도 봅니다. 물론 적은 수의 글을 발행해도 상상 못 할 조회수를 받는 작가도 넘쳐나는 곳이 브런치입니다. 반대로 저처럼 꾸역꾸역 쌓아놓은 글 덕분에 차츰차츰 조회수가 느는 작가도 있는 것 같고요.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 또한 사람인지라 마음대로 안 됩니다. 이왕이면 한 번이라도 더 읽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브런치보다 블로그를 먼저 시작했지만 조회수는 4배 이상 차이나는 중입니다. 4년째 블로그 운영 중이지만 전체 조회수가 10만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마 개성이 없고 검색어 활용을 잘 못한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폭망 한 블로그가 되어버렸습니다. 살려보려고도 했지만 방향이 모호하니 변화를 주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금은 산소 호흡기를 끼고 연명하는 수준입니다. 또 다른 핑계를 대자면 소통하는 대상이 확연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블로그는 상업적 의도를 갖고 의무감에 소통하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글도 안 읽고 하트만 누르고 자신의 블로그에 방문해 달라는 광고성 댓글이 더 많습니다. 물론 그들도 나름의 소통 방법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따질 것도 없고 차단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서로를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브런치는 이런 면에서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독자의 성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할까요. 예전보다 브런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대부분 자신의 글을 쓰는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즉 같은 방향성으로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내 글이 더 대접받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더 진심을 다해 글을 쓰고 읽고 공감하려고 합니다. 브런치의 유명 작가이신 스테르담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 있습니다. 그때 브런치에서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는 블로그 독자보다 몇 배의 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공감합니다. 블로그에서도 4년 넘게 소통하는 이웃도 있습니다. 그분들은 저와 진심으로 소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에서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소통하는 분이 존재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둘 중 글에 더 진심인 건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더 애착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트를 눌러주는 횟수는 적어도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해 준다고 믿습니다.


우리 주변에 열심히 안 사는 사람 없습니다. 저마다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기도 합니다. 반대로 노력은 했지만 실패라는 씁쓸함을 맛보기도 합니다. 세상일이 노력한 대로 달콤한 성과만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보장만 있다면 주저하지도 의심하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갈 것입니다. 불행히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일입니다. 실패는 또 다른 도전의 밑거름이 되고, 성공은 또 다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좌절하고 포기할 필요 없을 것입니다. 한편으로 노력에 대한 보상이 한순간에, 때를 정해놓고 나타나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장에 성과가 나고 손에 잡히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보상은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탓에 포기하는 이들도 생기고 좌절하는 이도 있을 겁니다. 제가 믿는 명제가 있다고 앞에서 적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노력하면 보상은 반드시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자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 자가 꾸준한 게 아니라 꾸준한 자가 성공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올 해만 200편 가까이 발행한 것 같습니다. 그런 노력에 보상받듯 조회수도 차츰 늘어나고 있고요. 발행한 글이 많아서 더 자주 노출되는 효과도 있겠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하려 합니다. 제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요. 그동안 묵묵히 글을 써온 저에게 브런치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 힘들다고 쓰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넋두리도 늘어놓고, 축하받을 일이 생기면 신나서 떠들었던 글들입니다. 그런 글을 쓴 덕분에 힘든 시기도 버티고, 넋두리 한 번으로 툴툴 털고 일어나고, 광대가 승천해도 자만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만이 얻는 게 있는 법이고요. 이런 개인적인 행위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위로와 응원할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그런 역할을 브런치가 해주고 있다는 게 더 다행입니다.   


2022. 11. 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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