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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02. 2022

바른 자세가 균형 잡힌 몸을 만든다

2022. 12. 02.  07:39


5개월 전 PT를 마지막으로 혼자 운동해왔습니다. 귀한 시간 내는 거니 매번 최선을 다하려고 다짐하며 들어섭니다. 어제보다 하나라도 더 들겠다는 각오로 기구에 앉아 자세를 잡습니다. 하나 둘 셋 무게를 들어 올릴수록 힘이 든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버티고 정해진 개수를 채워야 운동이 됩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구령을 넣어주는 트레이너가 있으면 이를 악물고도 해냈었습니다. 혼자 하니 요령만 피우려고 합니다. 힘들면 개수를 줄이고 무게를 뺍니다. 자세도 배울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배운 걸 떠올리며 올바른 자세로 무게를 들면 몸 골고루 힘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자세로 정해진 숫자를 채워야 하는데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 슬쩍 요령을 피웁니다. 어느새 힘이 덜 드는 자세가 됩니다. 그러니 같은 시간을 운동을 해도 PT 받을 때보다 효과가 덜 한 것 같습니다. 실력 향상과 운동 효과를 보려면 바른 자세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 싶습니다. 일을 할 때도 편법을 쓰면 당장은 편해 보이지만 결국 언젠간 문제 되기 마련입니다.


12월 준공을 앞둔 현장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 주 반입하기로 한 자재가 중국 내 사정으로 인해 3주 이상 지연될 거라고 합니다. 그럴 여유가 없는 현장이었습니다. 여러 번 거래처와 통화 끝에 방법을 찾았습니다. 중국산 대신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단가였습니다. 중국산을 구매하는 이유는 국산 대비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미리 발주만 하면 현장 원가를 아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처럼 통관이나 수급 문제가 발생하면 곤란한 일을 겪게 된다는 위험이 도사립니다. 현장 소장님과 상의 끝에 일부 수량은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국산 제품은 중국산 대비 30퍼센트 더 비쌌습니다. 이미 중국산으로 구매하겠다는 결재를 받은 터라 중간에 이런 일이 생기면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보고를 하고 결재를 받으면 또 시간이 추가되니 말입니다. 고민 끝에 소장님은 편한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나중에 정산할 때 반입 수량을 조정해 차액분을 정리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꺼림직했습니다. 안 걸리면 아무 일 안 생기지만, 만에 하나 알게 되면 모두가 곤란한 상황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레 제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래도 관리부에 말하고 진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상황 설명하고 서류적인 부분은 따로 정리하겠다고 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관리이사도 알고 있어야 나중에 문제 돼도 방패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제 의견에 따랐고 전화로 보고 후 일을 진행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때 만약 편한 방법을 선택했다면 현장도 저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바른 자세로 힘을 골고루 주면 몸에 균형이 잡힙니다. 오랜 시간 바르지 못한 자세로 허리도 휘고 어깨도 삐딱했습니다. 트레이너가 알려주는 대로 올바른 자세를 취해 힘을 주면 안 쓰던 부위에도 근육이 생겨 자세가 교정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안 쓰던 근육이니 당연히 힘이 듭니다. 힘이 들수록 트레이너가 미워지는 것 또한 당연하고요. 하지만 조금씩 몸에 균형이 잡히는 게 보이면 스스로도 대견하고 애써준 트레이너에게도 감사하게 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융통성이 필요한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융통성은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융통성이라고 편법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일의 순서를 바꾸는 게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있었던 일처럼 말이죠.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 원칙만 고집하기보다 일의 순서를 바꿔 융통성을 발휘하면 더 큰 손해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융통성이 필요한 상황이 자주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더 유연하게 대처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이 아마도 편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쉽게 가는 방법을 먼저 떠올리게 되고 쉬운 만큼 상황도 빠르게 마무리될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닐 겁니다. 어쩌면 더 큰 문제의 불씨를 안고 있는 걸 수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해진 원칙대로 처리하려는 태도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근육을 갖게 해 주는 거로 생각합니다. 안 쓰던 근육을 키웠을 때 몸매도 균형 잡히듯, 번거로워도 정도를 지켰을 때 조직도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2022. 12. 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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