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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20. 2022

오늘도 마침표를 찍습니다


2022. 12. 20.  07:37


빈 화면에 날짜와 시간을 적습니다. 오늘 쓸 한 편을 시작하는 시각입니다. 끝나는 시간은 8시 40분입니다. 그 안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 한 편을 완성해야 합니다. 마침표를 찍었을 때 온전한 글 한 편이 완성됩니다. 매일 마침표를 찍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합니다.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 나절이 걸리기도 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마무리지으면 기분도 덩달아 좋습니다. 성취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완성을 못해도 괜찮습니다. 남은 하루 중 짬을 내 마무리 지으려 할 것입니다. 그래도 정 써지지 않는 글은 서랍에 넣어둡니다. 묵혔다가 다시 꺼내 쓰지는 않습니다. 아마 그 글을 쓸 때의 감정이나 생각으로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냥 담아두고 맙니다. 그렇게 쌓아둔 글도 제법 있습니다. 다행히도 발행된 글이 더 많습니다. 


한 시간 동안 쓰는 글이라 그다지 잘 쓰지도, 정성을 더 들이지도 못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단 하나의 목적은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주제로 쓰든 마침표를 찍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침표를 찍으면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메시지가 무릎을 치게 할 만큼 뛰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로 마침표를 찍지 못한 글은 독자에게 읽힐 기회조차 갖지 못한 글입니다. 그러니 메시지도 없을 테고요. 또 마침표를 찍은 글은 퇴고할 기회가 생깁니다. 더 다듬으면 더 좋은 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마침표를 찍은 글을 모아 책이 되기도 하고, 강연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시간에 쫓겨 어떻게든 마침표를 찍은 글은 언제든 활용이 가능해집니다. 적금을 들어놓듯 차곡차곡 쌓이는 글에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살다 보면 마침표가 필요한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때,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 관계를 정리해야 할 때, 이승의 삶을 정리해할 때도 올 겁니다. 모든 순간 찍는 마침표는 끝이기보다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합니다. 더 좋은 직장이나 직업을 갖게 될 수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일 수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생으로 이어지는 시작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침표는 잘 찍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실 것 잘 써놓고 엉뚱한 곳에 마침표를 찍으면 글이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다니던 직장도 마무리를 잘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도  오래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글을 쓸 때도 직장을 다닐 때도 사람을 만나는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최선을 다한 사람은 마침표도 당당하게 찍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예전에는 마침표 같은 거 무시하고 살았습니다. 욱하는 성질을 못 이겨 직장을 뛰쳐나갔고, 원치 않는 관계도 끊어내질 못했고, 내 감정에 솔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니 삶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당연했습니다. 내 안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고, 사람을 원망하고, 상황에 핑계를 댔었습니다. 그래 봤자 결국 문제가 해결되지도 삶이 더 나아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걸 몰랐습니다. 방법도 몰았고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더라고요. 잘 사는 게 특별한 게 없더라고요. 알맞은 곳에 제 때 마침료를 찍기 위해 매 순간 열심히 사는 게 잘 사는 거더라고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는 겁니다. 물론 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 솔직하다면 분명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이렇게 글도 쓰고 매일 일기도 쓰고 있습니다. 글로 쓰고 일기로 적으면서 나에게 솔직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불편했던 감정을 마주하고 그때의 나를 인정해 줍니다. 그럴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줍니다. 앞으로 더 잘할 거라고 믿어줍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매일 아침 10분 동안 쓰는 일기로도 충분했습니다. 한 페이지에 내 생각, 감정, 느낌을 적고 마침표를 찍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모르고 살던 때보다 지금은 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10분을 나에게 투자한 덕분에 말이죠. 매일 10분씩 글 쓴 지 2년이 되어 갑니다. 오늘을 시작하며 마침표를 찍었기에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불편했던 감정에 마침표를 찍으니 더 나은 내가 될 기회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화가 많던 나를 인정해주었더니 조금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나에게 10분을 투자하는 게 결코 아깝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고요.


하루 5분이라도 생각해보고, 단 한 문장이라도 써 보는 겁니다. 생각하고 쓰고 마침표를 찍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쓰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 하루가 쌓이면 분명 내가 몰랐던 나와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이 아침 1시간을 오롯이 집중한 덕분에 이렇게 글 한 편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2022. 12. 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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