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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21. 2022

기대와 꾸준함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2022. 12. 21.  08:08


눈 쌓인 거리를 사진으로 남기는 이들에겐 어떤 기대가 있을까요? 사진을 받는 누군가의 입가에 미소를 기대할까요? 사진으로 남겨 오래 기억되길 바랄까요? 오늘처럼 눈이 오길 기대한 건 우리 아이들일 겁니다. 쌓인 눈으로 눈오리도 만들고 눈싸움도 할 겁니다. 아이들의 기대와 달리 어른의 기대는 조금 다릅니다. 저 같은 직장인은 당장 출근길이 걱정입니다. 길이 덜 막혀 조금이라도 일찍 회사에 도착하길 기대하게 됩니다. 같은 눈을 보면서도 서로의 기대가 다릅니다. 직장인은 눈이 안 오길 바라지만, 아이들은 눈이 오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살다 보면 기대가 채워지는 순간도 오고 기대했던 일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대는 바라는 일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는 일이 좋은 일이면 더 좋을 테 고요. 반대로 기대했던 일이 기대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게 인생이겠지요.


이직을 위해 마지막 면접을 본 게 5년 전입니다. 지금 직장에 입사를 위한 면접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1년이 멀다 하고 이곳 저것 면접 보러 다녔습니다.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는 횟수만큼 면접을 보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기대일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눈 오는 날 우산을 받쳐둔 사람만큼 어쩌다 한 번 면접의 기회가 왔습니다. 우주의 기운을 끌어와 면접에 임합니다. 저의 간절함과 지원한 회사의 필요가 채워지면 입사로 이어집니다. 저는 언제나 간절했지만 면접관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단번에 붙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이마저도 저의 기대일 뿐입니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처럼, 손, 발가락으로 세지 못할 만큼 면접을 보고 나면 겨우 채용이 결정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바라는 곳이기보다 기회를 주는 회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선택권이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십수 년 그렇게 이직하다 보니 간절함도 무뎌진 것 같습니다. 무뎌진 채로 또 이직을 하는 건 아무리 힘껏 활을 쏘아도 과녁을 뚫지 못하는 끝이 둥근 화살을 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제는 그런 화살을 안 쏘아도 된다는 겁니다. 지난 5년 동안 새 화살촉을 갈아 왔고 힘껏 활시위를 당기는 중입니다.


이제껏 준비한 화살을 끼고 활시위를 당겨 과녁을 향해 쏘아봤습니다. 초보 작가인 제가 욕심을 내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정성껏 쓴 원고와 출간기획서를 출판사에 투고할 때는 한 방에 꽂히길 기대합니다. 2019년 난생처음 투고했던 그 순간의 떨림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며칠뒤 거절 메일을 받으면서 기대도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 몇 주를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결국 스스로 포기하면서 기대도 접었습니다.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잡고 다시 처음부터 원고를 썼습니다. 배우고 익히길 반복하면서요. 이듬해 또 투고를 했습니다. 처음만큼의 기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는 했습니다. 또다시 기대는 기대로 끝났습니다. 또 이듬해 다시 쓰고 다시 투고했습니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는 나무처럼 간절함도 그렇게 전해지는가 봅니다. 결국 책을 냈습니다. 매일 쓰고 배우고 익히길 반복하며 화살촉도 제법 날카로워진 것 같습니다. 1점이라도 과녁을 맞추니 말입니다. 


얼마 전 카카오 사태로 인해 브런치 공모전 일정도 일주일 늦춰졌습니다. 8천여 편이 응모했고 결과가 오늘 발표되었습니다. 50곳의 출판사가 선택한 글 중 제가 쓴 글은 없었습니다. 여느 해 보다 더 큰 기대를 했던 올 해였습니다. 50곳의 출판사라면 분명 저에게도 기회가 올 거로 기대했거든요. 기대는 또 기대로 그쳤습니다. 그래도 포기는 안 합니다. 이미 책 한 권 분량으로 쓴 원고라 조금 다듬어 투고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또 다른 곳에서 기회가 생길 거라 믿어봅니다. 


이직을 위해 입사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것도, 내 책을 내기 위해 원고를 쓰고 투고하는 것도, 브런치에서 내 글이 선택되길 바라는 것도 당연한 기대일 것입니다. 겪어보니 기대한 대로 되는 건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렇다고 기대를 안 하고 살 수도 없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 삶은 기대의 연속일 테니까요. 당장 점심밥을 기대하고, 정시 퇴근을 바라고, 통장에 꽂힐 월급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기대는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인 것 같습니다. 기대를 채우기 위해 일도 열심히 하고 잘 쉬어주고 자기 계발에도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기대만 하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기대하는 만큼 매일 꾸준히 노력해야만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설령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때까지의 노력이 헛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분명 자신을 한 발 더 성장시키는 과정일 것입니다. 수 백 곳 출판사 거절을 당해도 꿋꿋이 매일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쓴 덕분에 또다시 투고할 수 있는 기회와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기대하는 일이 있다면 기대대로 두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면 어떨까요? 기대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또다시 시도하면 그만입니다. 다시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대가 채워지기도 할 테니 말입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기운과 끈기는 모든 것을 이겨낸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기대와 꾸준함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라고 말하겠습니다. 기대가 있으면 끈기가 생기고, 끈기가 있으면 꾸준히 할 수 있고, 꾸준히 해내면 못할 게 없을 것입니다. 나는 무조건 된다는 믿음과 기대가 지금의 나를 버텨줍니다. 이렇게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써내면서요.


2022. 12. 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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