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Dec 31. 2022

매일 10분, 365일을 쓰면  

2022. 12. 31.  08:03


올해 2월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은 꼭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번에 1시간 반 정도 근육 운동과 달리기를 했습니다. 근육 운동은 상체와 하체를 번갈아 했습니다. 근육이 회복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근육은 무거운 걸 들면 상처가 나고, 회복되면서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10달 동안 반복한 덕분에 지금은 제법 근육이 생겼습니다. 몸은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지만 마음은 어떻게 단련시킬 수 있을까요?

2021년 5월부터 10분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10분 동안 글을 쓰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했습니다. 19개월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썼습니다. 저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지방을 줄였습니다.

운동을 해도 먹는 걸 조절하지 않으면 지방은 물론 몸무게가 줄지 않습니다. 근육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설탕을 줄여야 지방을 뺄 수 있습니다. 왜 설탕일까요? 우리 몸의 지방은 몸에 들어온 설탕 중 필요한 일부만 사용하고 남은 게 쌓인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세끼 식사에는 설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밥만 먹나요 어디, 후식으로 과일, 캐러멜 마키아토, 마카롱, 아이스크림 등을 아무렇지 않게 먹습니다. 이미 한 끼 식사로 당은 충분히 보충되고 남습니다. 그러니 후식이나 간식으로 먹는 것들 대부분은 불필요한 당인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쌓여 옆구리, 팔뚝, 허벅지에 지방이 됩니다. 바꿔 말하면 운동을 안 하고 설탕만 줄여도 지방은 충분히 뺄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몸의 지방은 설탕을 줄이면 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지방은 무엇이고 어떻게 뺄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지방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쌓이면 일도 안 풀리고, 가정도 삐그덕 대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질문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답을 찾는 겁니다. 답은 어떻게 찾을까요? 농담 같지만 질문하는 겁니다. 매일 새벽 빈 종이를 마주하고 10분 동안 질문 했습니다.

사춘기 딸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공부하는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직장인 말고 직업인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내 일을 정말 좋아하나? 지금 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책을 쓰려고 할까? 내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도울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나씩 질문하며 답을 찾았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지금 맞는 게  시간이 지나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않고 썼습니다. 쓰다 보니 답이 보이는 질문도 있었고 여전히 터널을 지나는 질문도 있습니다. 운동과 식단관리로 지방을 줄였듯, 질문하고 답을 적은 덕분에 삶의 무게도 제법 줄어든 것 같습니다. 무게가 줄었다는 의미는 불필요한 고민이나 걱정을 안 한다는 겁니다. 또 망설이기보다 일단 시도해 보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된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지방 빠지듯 근심 걱정을 덜게 했습니다. 물론 깃털처럼 홀가분할 수는 없지만, 글을 안 썼을 때보다는 더 가벼워졌다고 믿습니다.


근육이 생겼습니다.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20킬로그램 바벨을 15번 들기도 버거웠습니다. 옆에서 트레이너가 구령을 붙이면 억지로 4세트를 반복했습니다. 다하면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가 됩니다. 하루 이틀 쉬면서 단백질을 보충해주고 회복되면서 근육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온몸에 근육이 만들어집니다. 우리 몸에 근육이 왜 필할까요? 근육은 뼈를 보호해 팔다리를 움직이게 돕고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근육이 줄어들면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고 넘어지거나 뼈가 쉽게 부러질 수 있습니다. 또 근육이 줄어드는 만큼 지방이 자리를 차지하고 대사질환으로 각종 합병증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다양한 일을 겪습니다. 감정이 요동 칩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천사와 악마가 되기도 합니다. 힘들 때 힘들다 못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위로받을 곳이 없습니다. 기껏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서 소주 한 잔으로 푸는 게 대부분입니다. 술 한잔 마시면 당장 기분은 좋아집니다. 술이 깨고 나면 안타깝지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무한 반복되는 삶을 살았었습니다. 그러나 다르게 사는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도 맷집을 키워 남들보다 수월하게 넘깁니다. 방법은 저마다 다양합니다. 저도 제 감정에 휘둘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화내는 상사 때문에 짜증이 났고, 이해 못 하는 아내게 서운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에게 성질부렸습니다.  

매일 새벽 10분 동안 빈 종이에 내 감정이 어떤지 적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서운 했는지 적어봤습니다. 상대방이 왜 화가 났는지 적었습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기에 아내가 이해 못 하는지 적었습니다. 우울할 때, 불안할 때, 화가 날 때, 서운할 때, 미안할 때, 고마울 때 여러 감정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비슷한 상황은 늘 반복됩니다. 반복될 때마다 계속 적었습니다. 근육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상황도 이미 겪었기에 조금은 의연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한 번 두 번 반복되면서 마음의 근육도 조금씩 커졌습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글을 쓰기 전보다는 담담해진 것 같습니다.     


19개월 동안 매일 쓰면서 생각의 지방을 줄이고 감정의 근육을 키운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이 최상은 아닙니다. 과정입니다. 운동 안 하고 식단관리 안 하면 근육도 빠지고 지방도 순식간에 불어날 겁니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다가 안 쓰면 이전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원하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꾸준함이 필요했습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1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시작할 땐 19개월 동안 쓰겠다 각오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매일 같은 시간 딱 10분 동안만 쓰겠다 다짐했습니다. 그 다짐이 10분을 지켰고 19개월 동안 이어졌습니다. 저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10분의 가치를 알게 된 것입니다. 근육을 만드는 시작도 처음 한 번을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를 가치 있게 사는 것도 10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부터였습니다. 그 10분을 지켰기에 365일 동안 써낼 수 있었습니다. 몸이 건강해지려면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면 됩니다. 마음이 건강해지려면 질문에 답을 찾고 요동치는 감정을 의연하게 바라보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매일 10분 동안 쓰는 글이면 충분했습니다.   


2022. 12. 31.  18:10


매거진의 이전글 기대와 꾸준함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