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4. 06:48
결승선을 1등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같이 뛰는 이들 중 가장 빠른 사람입니다. 또 한 명 있습니다. 말장난 같겠지만 가장 먼저 출발한 사람입니다. 질문을 다시 보면 같이 출발했다고 안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생을 경주에 비유합니다. 치열한 레이스 뒤 1등으로 들어오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곤 합니다. 인생이라는 경주에서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는 과정을 보면 결코 출발이 같은 경우는 없습니다. 또 성공의 정의 또한 저마다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같은 출발선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달리기 경주가 인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스물여섯 살, 대학을 다니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회 경험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전부였습니다. 그래 봐야 마트, 식당, 공장, 막노동에서 일한 경험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직장을 다녀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끌어주는 형을 믿고 인생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남들보다 출발이 빨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 제 또래는 제대 후 복학해 졸업과 취업을 준비할 때였으니까요. 노력 여하에 따라 친구들보다 일찍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은 기분 좋은 상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남들은 졸업과 취업할 때 나는 내 손으로 일군 직장에서 내 자리를 갖고 있을 거였습니다. 어떤 면에서 성공이라고 여길만했습니다. 다 익은 감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성공이 쉽게 얻어지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결국 바라는 성공을 가져다줄 거로 믿었으니까요.
상상과 환상을 갖고 먼저 출발했습니다. 1등으로 도착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4년 반을 매달렸지만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하고 낙오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가 서른 살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남들보다 일찍 실패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패를 경험 삼아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럴 깜냥도 안 되고 기회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때까지의 경험은 뒤로하고 당장 먹고 살 돈벌이가 되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서른 살에 전공과 다른 직업에 신입이었습니다. 출발이 한참 늦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무리 달려봐도 앞서 달리는 이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렇게 믿었던 것 같습니다. 믿는 대로 행동하니 남들보다 탁월해질 노력을 안 했습니다. 17년 동안 그런 패배의식을 갖고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서른 살에 시작해 17년 동안 같은 일을 해왔습니다. 남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믿음에 그저 그런 직장인으로 버텨왔습니다. 나이 들면서 다리 근육도 풀려 점점 추월당합니다. 남들에게 따라 잡히니 설 곳도 줄어듭니다. 내가 원하는 직장보다 나를 받아주는 직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언제 자리를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습니다. 20년 전 남들보다 빠른 출발을 했지만, 결국 그저 그런 직장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그저 그런 직장인이길 포기했습니다. 새로운 경주를 시작했습니다. 남들 기준에는 늦은 출발이지만 적어도 제 기준에는 빨랐습니다. 왜냐하면, 결승선 또한 남들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내 기준에 따라 정해놓았기 때문입니다. 마흔셋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같은 직업을 가진 이들이 넘쳐납니다. 그런데도 저는 왜 그 직업을 선택했을까요?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데 늦은 출발은 없습니다. 망설이고 시작하지 않으면 그만큼 늦어질 뿐입니다. 그래서 나이는 잊고 일단 글쓰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했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직장 다니며 생계도 책임져야 했기에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 탓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작한 이상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출발이 늦은 만큼 내 앞에 달리는 이들을 따라잡고 싶었습니다. 따라잡는 건 경쟁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나의 실력, 경쟁력입니다.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싶었습니다. 나 자신과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많이 달리며 허벅지 근육을 단련해 달리기에 적합한 몸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과 마음가짐을 조금 더 일찍 가졌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스물여섯부터 이런 마음가짐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직접 경험하고 다시 시작해보면서 배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출발이 빠를수록 좋다는 겁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생에서 출발이 같은 경주는 없다는 것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출발하든 1등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속도가 빠른 사람이 1등으로 들어온다면 먼저 출발한 사람도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출발하는 데 조건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무식하리만치 시작부터 하면 그게 가장 빠른 출발입니다. 이 또한 경험하고 다시 시작하면서 배운 또 한 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출발선에 서 있을 겁니다. 취업, 이직, 은퇴, 사업 등. 어느 분야든 먼저 달리는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먼저 달린다고 꼭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법도 없습니다. 달리다 보면 따라잡기도, 따라 잡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람은 끝까지 완주한 사람뿐입니다. 속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따라 잡혀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상황에서 시작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시작이 빠를수록 좋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시작하면 실패도 빨리 경험하고 성공도 일찍 얻을 것입니다. 출발선도 결승선도 스스로 정하기 나름입니다. 남들과 경쟁하는 경주보다 나 자신과 경주를 했으면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게 언제든 시작하겠다는 마음입니다. 늦은 출발은 후회만 남지만 빠른 출발은 실패든 성공이든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남을 것입니다. 그 둘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일 테 고요.
2022. 12. 24. 0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