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으로 돌아가 볼 수 있다면

선택은 후회를 남기고 후회를 통해 성숙해진다.

by 김형준

‘동백꽃 필 무렵’ 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선택의 순간이다. 선택은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남는다면 선택의 순간이 후회로 남을 수 있다. 선택이후의 삶을 살며 당시의 선택에 후회가 따라다닐 때 우리는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다시 그 순간이 된다면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지금의 후회를 만회해 보려한다. 그런 기회는 어느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지나간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한 번 선택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몇 주간 본방 사수하며 울고 웃고 손뼉 치며 본 ‘동백꽃 필 무렵’이 종영했다. 매 회 가슴을 울리는 대사와 연기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극 중 모든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너무도 평범한 사람 그 자체였다. 누구나 갖고 있는 사랑, 우정, 질투, 시기, 경계, 포용, 용서, 애증, 박애 등 우리 모두에게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녹여 내 주었다. 또 극 중 관계도에 따라 모정, 부정, 연애감정, 부부관계, 이웃관계 등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변화도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존재만으로 짐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상대적인 감정일 것이다. 나로 인해 상대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면 짐이 될 수 있지만, 존재 자체로 상대에게 의미가 있다면 짐이라 할 수 없다. 동백과 동백 모의 관계가 이를 말해준다. 7살 동백은 엄마에게 버림 받는다. 이후 혼자 살며 엄마란 존재의 결핍을 갖고 살아왔다. 반대로 7살 동백을 버린 엄마는 항상 마음속 짐을 안고 살았다. 죽음을 앞둔 엄마는 동백을 찾아 그 동안의 결핍에 대한 보상을 하려한다. 동백의 입장에선 선택해야 했다. 버림받았던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지만 엄마의 존재만으로 동백에겐 소중했기에 받아들이기로 한다. 각자 삶을 살아온 둘에게 어느 것으로도 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일방적이긴 했지만 선택할 당시는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면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맞을 것이다. 그래서 동백은 엄마란 존재 자체를 선택한 것 같다.


드라마 전체 중심은 뭐니 해도 용식의 순정일 것이다. 동백을 향한 흔들림 없는 순수한 사랑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모든 순간 흑기사처럼 멋지게 등장하진 않았지만 한 순간도 동백을 향한 사랑은 변치 않음을 볼 수 있었다. 사랑을 시작하는 설레임의 순수함, 뜨거운 마음을 보여주는 박력,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는 연민, 사랑을 시작하고 키워가는 두 사람의 감정변화 과정을 보며 예전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용식의 표정은 가장 인상 깊었다. 사랑은 일방적일 수 없기에 상대가 원치 않으면 멈추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원하지만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를 서로 잘 알기에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서로를 떠나보낸다. 개인적으로 용식의 마음이 더 아플 거라 생각했다. 용식에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같은 마음일 건데, 받아주는 상대가 없는 허전한 감정은 이루 말하기 힘들 것 같았다. 마지막 회 중환자실 장면에서 용식의 마음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사랑하지만 가까이 가면 안 되니, 당신이 힘든 지금은 그저 곁에만 있게 해 달라고 한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감사하게 생각했다.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이 아팠던 건 동백모의 극 중 설정이었던 것 같다. 신장 투석을 안 받으면 자살과 같다는 간호사의 대사에 마음이 아팠다. 큰 형이 같은 병을 앓다가 부지불식간에 우리 곁을 떠났을 때의 기억이 났다. 2년의 시간을 버티며 힘들다는 표현 한 번 안했었다. 그렇게 잘 살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인사도 없이 그렇게 갈 줄 몰랐다. 그랬기에 좀 더 관심 갖고 함께 해 주지 못한 후회는 늘 안고 살고 있다. 내게도 후회가 되는 순간이 있다면 동생으로 좀 더 다정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못난 나를 바꿀 수 있었던 어느 한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후회를 안고 산다. 후회를 후회로 남겨두면 평생 그 안에 갇혀 살게 되는 것 같다. 후회되는 그 무엇이든 이겨내기 위해 현재의 삶에서 선택해야 한다. 후회를 받아들이고 똑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노력을 할 수 있다면 후회는 더 이상 후회로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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