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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an 10. 2023

한 편 쓰려면 한 줄도 못쓰고
한 줄 쓰면 한 편 쓴다

2023. 01. 10.  07:36


빈 화면을 마주하면 부담감이 듭니다. 단 한 번도 첫 문장을 쉽게 쓴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글감이 있어도 시작에 앞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각하다 보면 다른 내용이 되거나 주저하며 안 쓰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끝마칠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더 조바심이 납니다. 억지로 억지로 쓰다 보면 마무리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여러 번 경험하면서 배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글을 언제 완성하든 한 편을 써내겠다는 각오보다 첫 문장부터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시작은 늘 어설픕니다. 해보지 않은 것이니 당연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건 타고난 것 밖에 없습니다. 모임을 운영하는 것도 그런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빼어나게 운영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나아지는 게 당연한 순서인 것 같습니다. 1년 전 시작한 글쓰기 모임이 그랬습니다. 매일 10분씩 쓰는 게 얼마나 좋은 지 알기에 많은 사람이 해보기 바랐습니다. 막상 모집을 하려니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하다가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닐까, 중간에 내가 먼저 포기하면 어쩌지 등 여러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고민이 많았지만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어설퍼도 하다 보면 분명 나아질 거로 믿으면서요. 그렇게 첫 줄을 썼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겨우 1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흐지부지를 걱정하던 제가 적어도 1년은 버틴 게 대견합니다. 적은 인원이지만 1년 동안 꾸준히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들도 처음이 어설프기는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는 사람이 함께 글을 쓰자고 하니 반신반의했을 겁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 함께 시작했고, 1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들도 1년을 채우겠다는 욕심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일단 오늘 한 편을 써내겠다는 각오였을 겁니다. 그게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 겁니다. 그렇게 매일 각오를 새롭게 하며 지금까지 써 온 거로 생각합니다. 


매일 10분 동안 한 페이지를 채우는 것도 첫 문장을 쓰면서 시작합니다. 첫 문장이 대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 말이나 적어놓고 보면 다음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말이 안 돼도 상관없습니다.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일단 적습니다. 적다 보면 괜찮은 문장을 만나기도 하고,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찾기도 합니다. 10분 동안 집중해 쓰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쓰다 보면 어느새 한 페이지를 채웁니다. 한 페이지를 다 채우겠다는 의지보다 한 줄을 쓰겠다는 각오로 시작하 덕분입니다. 


빈 화면에 글씨를 채워가는 것도, 서툰 내가 모임을 운영해 가는 것도 시작했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완벽을 완성을 바라고 시작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완성된 한 편의 글도 첫 문장이 있어야 하고, 완벽한 모임도 서툰 시작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첫 문장이 유려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글도 모임도 고치면서 점점 나아질 테니 말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공부에 몰입해 본 경험 있을 겁니다. 책상에 앉으면서 4시간을 집중하겠다고 시작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억지로든 일단 앉으면 10분 집중하고 30분이 되고 1시간, 4시간을 이어 앉아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10분을 버틴 사람이 결국 4시간도 버텨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줄을 쓰겠다는 각오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10분 남짓 고민하다 첫 문장을 쓰고부터 지금까지 이어서 썼습니다. 어떤 날은 시작도 못했습니다. 시작은 해도 제시간에 못 끝내기도 했고요. 완성하든 그렇지 못하든 그 출발은 첫 문장인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시작하면 다음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말해 뭐 할까요. 시작이 화려하고 완벽할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시작은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가 시선을 둬야 할 곳은 완성되고 성공한 모습일 것입니다. 완성과 성공은 저마다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그러니 그 또한 기준을 정할 필요 없을 테 고요. 윈스턴 처칠은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실수들은 가능하면 일찍 저질러 보는 것이 이득이다"라고 했습니다. 실수도 실패도 빨리 경험할수록 성공과 성장도 빨리 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일단 시작해야 하고요. 이다음 글의 첫 문장은 여러분 몫입니다.  


2023. 01. 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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