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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an 11. 2023

한 발 더 다가설 용기

2023. 01. 11.  07:35


공중전화로 소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흔하진 않았지만 저녁이면 공중전화에 10여 명이 무리 지어있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저마다 수첩을 하나씩 들고 입으로는 무언가 계속 중얼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단계 영업 중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때는 주변에 꼭 한 두 명은 다단계 설명회를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 그곳이 어떤 곳이고 무엇을 하는지 짐작케 했습니다. 가족은 사돈에 팔촌까지 끌어들여 물건을 팔아야 수입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물건의 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매출 올릴 가능성도 올라갔을 겁니다. 요즘은 SNS가 공중전화 역할을 대신합니다. 파는 물건도, 방법도, 대상도 상상을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건 사람입니다. 방법은 달라졌어도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것입니다. 어쩌면 물건을 팔지 않아도 사람을 많이 아는 건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9번 이직한 것치곤 주소록에 숫자가 적습니다. 직장을 옮기면 관계도 끝났던 것 같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늘 만나던 사람만 만나려고 했습니다. 취미나 공부에 관심이 없던 때라 사람을 만나는 것도 제한적이었습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끼리 만남을 반복하니 다른 걸 배우거나 나를 성장시킬 기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사람의 중요성을 몰랐고, 주변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여겼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보낸 시간이 아깝습니다. 그때 조금 더 넓게 눈을 돌렸으면 다양한 사람을 만났을 텐데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한 것 같습니다. 취미가 같은 사람, 같은 직업군, 관심사가 같은 경우 등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책을 읽는 사람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찾아갔던 것 같습니다. 새벽기상을 하면서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마찬가지였고요. 나의 필요에 의해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자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같은 걸 배우고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끼리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직업, 지역, 출신을 떠나 오로지 같은 관심사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든든했습니다. 힘들 때 위로받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전에 갖지 못했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어서 삶이 조금 더 풍족해졌습니다.


배우는 위치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있지만, 나눌 수 있는 자리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또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별한 재주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단지 내가 조금 일찍 경험했다는 것뿐입니다.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의 경험에 관심을 갖고 기꺼이 함께함으로써 관계가 시작됩니다. 지역, 출신,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요. 같은 건 오직 하나, 같은 목표입니다. 내가 나누고자 하는 경험을 통해 그들도 같은 걸 얻고 경험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걸 나누는 겁니다. 쑥스럽지만 마이크를 잡고, 부족한 글에 진심을 담아냅니다. 그들도 기꺼이 응원을 보내고 감사해합니다. 그렇게 상호작용을 통해 조금씩 신뢰를 쌓아갑니다.   


내가 만나는 다섯 명이 내가 누구인지 말해준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인맥을 자랑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내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변화의 출발점은 자신이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사람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끼리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손 내밀어주길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설 용기가 필요합니다. 예전의 저는 소극적이었습니다. 만날 기회도 안 만들었을뿐더러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먼저 모임을 만들고, 마이크를 잡고, 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 여깁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을 옆에 두려면 먼저 움직이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이면 분명 상대방도 벽을 낮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들도 상대방이 다가와주길 기다리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그러니 내가 먼저 한 달 다가선다면 분명 더 좋은 만남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좋은 사람 더 많이 만나는 게 가치 있는 삶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앞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를 낮추고 조금 더 가벼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2023. 01. 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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