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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an 28. 2023

열나글 3기 에필로그

매일 10분의 효과

2023. 01. 28.  08:13


1년 전 이맘때 독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운영자가 된 건 처음입니다.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 시작했습니다. 손가락 수보다 적은 인원이라 실수해도 너그러이 봐줄 거로 믿고요. 다행히 그들도 독서 모임이 처음이었기에 내 실수가 실수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매번은 아니지만 시간 조절을 못해 짧게 준비한 특강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런저런 실수는 둘째치고 함께 모이는 그 시간이 각자에게 의미 있길 바랐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었습니다. 운영은 서툴지만 진심이었습니다. 마음은, 아니 진심은 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제 글쓰기 모임이 그랬습니다.


열나글 3기 에필로그 모임을 가졌습니다. 남은 4일은 스스로 채워줄 거로 믿고 미리 마지막 만남을 갖기로 했습니다. 저마다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마다 새 각오로 저와 함께 시작해 주었습니다. 한 달 동안 매일 10분 원하는 글을 쓰는 미션입니다. 올 1월은 설이 있습니다. 아무리 의지를 다져도 명절의 풍파를 피해 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연휴 동안 주어진 미션을 해내면 어느 때보다 성취감이 클 것이 때문입니다. 다른 분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감을 들어보니 평소보다는 더 신경이 쓰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저마다 마의 4일을 극복해 낸 것 같습니다. 


그들에겐 10분 글쓰기가 생소했 듯, 제게도 모임 운영이 그랬습니다.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니 일방향 강의 보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듣는 사람이 많든 적든 마이크를 켜고 말하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기꺼이 용기 내주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저도 더 두껍게 분칠하고 당당하게 진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나도 그들도 초보이니 실수도 'OK'라는 심정으로요. 그렇다고 그들에게만 시간을 맡길 수 없습니다. 서툴러도 하나라도 더 손에 쥐어드리고 싶었습니다. 독서 모임에서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짧은 특강도 했습니다. 손 발이 달달거렸지만 꾹꾹 눌러가면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전달력이 탁월했으면 좋았겠지만 아직은 초보여서 의미 전달이 잘 되었는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마음과 진심이 통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모임 운영과 나름 준비한 특강은 서툴러도, 지난 5년 한결같이 글쓰기와 독서에는 누구보다 진심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일찍 시작했고 먼저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얻은 것들입니다. 저를 통해 조금 덜 시행착오를 겪고 조금 더 빨리 목표하는 데 닿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지름길을 알려드리지는 못합니다. 그런 길도 없을 테 고요. 함께 가면서 서로 의지하고 각자 성장해 가는 것입니다. 그래야 멀리 갈 수 있을 테니까요. 어제 함께한 세 분에겐 제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번 달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다른 습관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히셨습니다. 저에게 더없이 값진 선물입니다. 


 모든 시작은 낯설고 서툴기 마련입니다. 한 번 두 번 해내면서 요령도 붙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도 생기고 결국엔 습관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쉽게 허락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전히 모임 운영이 서툰 저를 보면 이해되실 겁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미 시작했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루씩 나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1월 한 달 동안 매일 10분씩 글쓰기를 실천해 낸 성취감으로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그들처럼 말이죠. '내일이 기대된다'는 말이 저와 그들에게 어울리는 표현이지 싶습니다. 한 달 동안 저를 믿고 따라와 준 네 분에게 이 글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저 또한 한 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 애프터서비스 정신으로 그들이 걷는 길에 함께할 것입니다. 더불어 저도 성장하면서 말이죠. 사람은 사람을 떠나 살 수 없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도 꼭 필요한 것이고요. 저 또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의무도 있을 테 고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새로 시작하는 2월에도 더 많이 나누도록 노력합니다. 


2023. 01. 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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