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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an 19. 2023

내 글은 내가 지킨다

2023. 01. 19.  07:44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글을 쓴다. 그래서 글도 완벽하지 않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글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겁니다. 완벽하다는 건 어느 누구도 반론을, 어느 누구에게나 공감받는 글을 의미합니다.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분명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대다수가 공감하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들에게도 시비를 거는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불의를 보면 눈을 돌립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잘못한 일이 없어도 사과부터 했습니다. 싸움을 걸어와도 내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싸우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겁부터 나서 외면하기 급급했습니다. 이길 자신이 없어서 피하기부터 했습니다. 어쩌다 말싸움이라도 하면 온몸이 다 떨렸습니다. 잘 싸우는 방법을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불의에 앞장서고 정당한 대우를 받고 사과받으며 당당하게 살아왔을 겁니다. 때로는 내 권리를 스스로 지키는 게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때 필요한 게 잘 싸우는 방법일 테 고요. 잘 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자신이 내뱉는 말과 행동을 당당하게 변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상대방이 납득할 만큼 설명할 수 있다면 다툴 일도 없을 테니까요.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쓰는 글은 상대방에게 말을 거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이렇게 믿는 데 당신은 어떤가요?' 내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납득하지 못해 시비를 걸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시비를 걸어오는 이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느냐입니다. 잘 싸우는 방법을 안다면 그들의 입장과 내 주장 중간쯤에서 논리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내 글에 당당하지 못하면 그들에게 휘둘릴 수도 있습니다. 단지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오히려 던 큰 화를 당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멘털이 털린다고 할까요. 그러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선명하고 논리 있을수록 부딪히는 일은 덜 할 것입니다. 완벽한 글을 쓸 수 없다면 적어도 빌미를 주지 않거나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제가 쓴 글에 시비를 거는 사람을 못 만났습니다. 분명 잘 써서 그런 건 아닙니다. 아직 임자를 못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읽어보면 저도 보이는 허점을 누군가 작정하고 따지고 들면 아무 말 못 할 것 같습니다. 시비를 거는 사람은 저마다 논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거나 보편타당하지 않다고 여겨 딴지를 겁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시비 거는 쪽에서는 정당하고 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기준이 다르니 말입니다. 문제는 그럴 때 나를 어떻게 지켜내느냐입니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심하게 멘털이 털려 안드로메다로 갈 수도 있습니다. 누구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글 쓰기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아니 살면서 셀 수 없이 겪어야 할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멘털 탓을 할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를 지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빌미를 주지 않는 글을 쓰는 겁니다. 눈치 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대로 내 논리를 당당하게 변호할 수 있을 만큼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나는 이런 이런 이유로 이렇게 주장한다고 하면 상대도 이유를 들어 반론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 건 감정 낭비식 싸움밖에 안 됩니다. 그런 싸움에 일일이 대응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런 건 가볍게 무시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시비는 싸움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 상대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서로의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것입니다. 완벽한 글은 못 썼지만, 싸움을 통해 부족한 부분이 채워진다면 이 또한 가치 있지 않을까요?  


작정하고 시비 거는 사람을 당해낼 재간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당하고만 있어서도 안 됩니다. 자신을 지키는 건 자신이어야 합니다. 적어도 내가 쓴 글에 당당하게 중심 잡으면 휘둘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꾸준한 연습도 필요할 테 고요. 아직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글에 중심 잡기를 오늘도 연습합니다. 내 글은 내가 지키기 위해서 말이죠. 


2023. 01. 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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