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줄 수 있는 한 가지

by 김형준

2023. 01. 31. 07:34


회복 탄력성이란 최초의 관계에서 시작해 평생 이어지는 불일치를 복구해 가는 동안 점점 커지는 일종의 근육 같은 것이다.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중

우리 주변에는 같은 시련을 겪어도 남들보다 빨리 회복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우리는 회복 탄력성이 좋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런 회복 탄력성은 선천적이기보다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훈련은 언제부터 시작될까요?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미세한 균열은 유아기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엄마의 눈을 피해 시선을 내리깔거나 아빠의 큰 목소리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리는 식이다. 이때 복구는 교감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서로 눈을 맞추거나, 아기를 안고 흔들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주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상황이 잘 흘러가면, 세상에 적응하는 아기의 능력이 자라는 만큼 균열과 뒤이은 복구의 과정도 원활하게 진행된다.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에드 트로닉 , 클로디아 M. 골드


아기는 행동으로 반응합니다. 배고프면 울고, 잠이 오면 울고, 웃는 얼굴을 보면 같이 웃고, 놀라면 눈을 크게 뜨는 식으로 말이죠. 아기는 반응 통해 배운다고 합니다. 배고프다는 신호에 엄마가 반응하면 비로소 안정을 찾습니다.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다가도 다시 웃는 얼굴을 보면 안도합니다.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엄마와 11개월 된 아이가 놀이 중입니다. 잠시 뒤 엄마는 고개를 돌립니다. 그리고는 무표정 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돌립니다. 아이는 걱정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봅니다. 아이는 엄마의 반응을 유도하려고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킵니다. 그래도 엄마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16초가 흐릅니다. 손뼉을 쳐봐도 엄마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다시 1분 18초가 흐릅니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아이는 소리를 지릅니다. 불안해 보이는 행동을 하면서요. 엄마는 그제야 아이를 안아주지만 표정은 변함없습니다. 이내 아이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울기 시작합니다. 울음소리를 들은 엄마는 다시 원래의 밝은 표정으로 돌아오고 아이를 달래줍니다. 달라진 엄마를 본 아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잠시 망설입니다. 그리고는 잠시 뒤 안정을 찾고 다시 엄마와 하나가 됩니다.

'무표정 실험'으로 알려진 심리 실험입니다. 아이는 실험에서처럼 엄마와의 관계에서 균열을 경험합니다. 균열을 일으키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인정받지 못한다는 감정, 주양육자의 불안감의 전이, 폭력과 폭언 등 다양한 경우가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균열 다음의 복구의 과정입니다. 아이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입니다. 앞서 실험에 소요된 시간은 1분 30초입니다. 이 짧은 시간에도 아이는 불안 느끼고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할수록 더 다양한 상황에 놓이고 더 오랜 시간이 걸려도 복구의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균열과 회복의 과정을 얼마나 잘 경험했느냐에 따라 회복 탄력성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근육은 쓸수록 자란다고 했습니다. 회복 탄력성은 아이 때부터 주 양육자와 안정감 있는 관계를 형성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깊이 자리해 있습니다. 실제로 자극에 의해 트라우마를 갖게 되어도 이를 잘 극복하는 사람은 어릴 적 안정감 있는 관계를 형성한 이들이라고 합니다. 극복하는 방법을 안다기보다 어릴 적 경험했던 균열과 회복의 과정이 헤쳐나갈 능력을 갖게 했다는 겁니다.


부모님을 원망할 만큼 애정을 못 받고 자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먹고사는 게 먼저이다 보니 관심을 덜 주었다는 건 저도 이해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온전히 애정을 쏟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상처로 남을 만큼의 큰 사건을 경험했지만 삐뚤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늦게라도 복구의 과정을 경험했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싸우는 모습, 큰소리치거나 불안한 상황을 안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상처를 주는 아빠였습니다. 그나마 더 늦지 않게 더 나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부모 품을 언제 가는 떠날 아이들입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경제적인 지원보다 스스로 설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마음입니다. 회복 탄력성, 성인이 된다고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단단한 회복 탄력성을 갖느냐 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성장 과정에서의 관계 형성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부모 기준의 복구 경험이 아닌 아이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복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관심받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만큼 이겠죠.


무엇보다 저의 회복 탄력성도 키워야 할 것입니다. 부모와의 애착 관계는 요원하니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책과 글쓰기가 제 역할을 해줍니다. 이 책을 통해 몰랐던 걸 배우고, 이렇게 쓰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습니다. 내가 건강해지면 가족도 더 건강해질 거로 믿습니다. 두 딸에게 수백 억 자산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굳건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이들도 단단해진다면 수백 억 자산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자연히 따라올 거로 믿습니다. 이보다 더 큰 유산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23. 01. 3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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