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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01. 2023

조금 다른 용기

2023. 02. 01.  07:35


옷을 입을 때 정해놓은 순서가 있으신가요? 저는 바지, 상의, 양말, 외투 순으로 입습니다. 순서가 바뀔 일은 드물지만 어쩌다 상의를 먼저 입으면 어색합니다. 순서가 바뀐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꼭 지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걸 습관이라고 합니다. 습관은 불필요한 행동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저크버그가 회색 면티만 입는 것처럼요. 다른 면으로 고정관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좋고 나쁨을 따지지는 않겠습니다. 의식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게 어쩌면 생각의 틀에 갇힌 게 아닌지 생각해 봤습니다. 달리말하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면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 일상에는 이처럼 틀을 깨면 삶이 풍성해질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틀을 깨려면 약간의 용기도 필요할 테 고요.


틀리고 실수한 아이에게 잔소리 안 할 용기

아이들이 실수하고 틀리는 건 당연합니다. 배우는 과정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부모는 내 아이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별로 보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밥을 먹으면 늘 흘리는 아이,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놓는 아이, 한 번 배운 걸 또 물어보는 아이.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세 번 네 번째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 폭발하고 맙니다. "너는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니, 한 번 알려주면 제대로 해야지."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인 거 압니다. 부모니까요. 한 번 더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부모인 우리도 자랄 땐 똑같은 실수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잔소리도 듣고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기분이 어땠나요? 혼나는 건 나이 들어도 기분 나쁘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혼날 때 기분을 떠올려보면 유쾌하지 않습니다. 유쾌하지 못한 기분을 아직 어린아이에게까지 가르쳐야 할까요? 물론 연습이 필요합니다. 틀리고 실수하는 아이를 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 욕심에 더 잔소리를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알려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게 안될까 고민도 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의 욕심이더라고요. 지금 당장 실수하고 틀린다고 낙오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연습 중입니다. 잔소리 안 하고 지켜보려고 합니다. 꼭 필요한 때 한두 마디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실수하고 틀린 걸 아이가 더 잘 알 겁니다. 스스로 고치려고 할 테니 두고 본 뒤 꼭 필요한 말만 해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용기

아이도 어른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어른이라고 다 맞지 않고 아이라고 다 틀리지 않습니다. 배움의 시작은 모르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부터 라고 했습니다. 좋은 관계의 시작은 틀린 걸 인정하고 사과할 용기를 내면서부터 하고 생각합니다. 특히 부모라면 말이죠. 부모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정보와 올바른 태도를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배우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할 테 고요. 하지만 때로는 부모도 실수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그런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 앞에서 실수를 인정하면 권위가 무너진다고 여겼습니다.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아이와 가까워지는 거더라고요. 반대로 아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를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 단점을 인정할 용기

요즘도 말하는 게 어렵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 내 의견을 주장하는 자리, 내 권리를 챙겨야 하는 순간 등 여러 상황에 알맞은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제 자신에게 불만이 많았습니다. 고쳐보려고 책도 읽고 먼저 말도 꺼내봤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책을 읽으면서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하는 게 더 잘 사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단점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말을 잘 못한다. 말은 서툴지만 대신 글을 쓴다. 말로 못하는 걸 글로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단점을 인정하고 장점을 개발했습니다. 만약 단점을 극복하려고 에너지를 쏟았다면 아마 죽도 밥도 안 됐을 것 같습니다. 타고난 천성이라는 게 있으니 말입니다. 요즘도 말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나아졌습니다. 아마 장점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쓴 덕분인 것 같습니다. 유려하지 않지만 적어도 꼭 할 말은 하려고 합니다. 상대방에게 명료하게 전달될 수 있게 말이죠. 


평소와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 내는 게 쉽지 않지만 용기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관계가 더 친밀해지고, 더 인간미 있는 부모와 동료가 되고, 조금 더 나은 태도를 갖게 될 것입니다. 한 번에 되지 않지만, 한 번의 용기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삶이 풍요로워지는 때는 안 해 본걸 하기 위해 용기내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2023. 02. 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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