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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05. 2023

글을 시작하는 두 가지 방법

2023. 02. 05.  07:58


엊그제 블로그 글에 댓글이 달렸습니다. 작년 11월 17일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그럴듯한 제목이 안 떠올라 '재능 기부'라고 적었습니다. 취업 준비 중인 분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개월 째 지원서를 냈지만 신통치 않다며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미리 작성한 자소서를 전달받았고, 제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을 담아 다시 보냈습니다. 물론 원하는 곳에 합격하길 바라는 응원도 함께 담아서요. 시작이 쉽지 않은 것 중 손가락 안에 드는 게 취업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저마다의 인생이 걸렸으니 더 그럴 겁니다.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나름 부지런히 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내가 가진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기회를 얻었을 때 가능할 텐데요. 그런 기회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만큼 시작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취업에 비해 글 한 편 써내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습니다.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울 텐데요. 그래도 매번 빈 화면을 마주할 때면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게 됩니다. 반대로 빈 화면에 주눅 들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두 가지 인 것 같습니다. 별 고민 없이 빈 화면에 무작정 아무 말이나 써 내려가는 사람, 고민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구상한 뒤 첫 문장을 쓰는 사람. 방법은 다르지만 이들이 목표하는 건 한 편을 써내는 것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둘 중 어느 방법으로 시작하든 결과는 고만고만하다는 겁니다. 두 가지 경우 다 해보고 얻은 결론입니다. 아무 말 대잔치로 시작해 쓰든, 치밀한 구성으로 쓰든 전달되는 메시지와 무게감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경험하고도 시작은 늘 어렵습니다. 몇 분에서 몇 십 분까지 고민이 이어져도 결국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회의가 듭니다. 여전히 이 정도 실력 밖에 되지 않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합니다. 매일 연습하는 이유는 그런 고민과 두려움에서 가벼워지기 위함인데 말이죠. 챗 GPT처럼 조건만 넣으면 글 한 편 뚝딱 써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AI처럼은 아니지만 AI만큼 비슷하게 따라가고 싶습니다. 고민 없이 시작할 수 있다면 이보다 즐거운 글쓰기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매번 좌절을 경험하는 이유는 아마 시작을 망설이기 때문입니다. 시작이 쉬워지는 방법은 없을까요?


앞에 적었듯 아무런 구상 없이 시작하고 쓰면서 다듬어 가는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방법은 시작은 수월하지만 자칫 다른 목적지에 도착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지 서울이라고 다 같은 서울이 아닐 테니까요. 중요한 건 내 글이 말하는 핵심은 '서울'이 아닌 '서울시 ㅇㅇ구 ㅇㅇ동 ㅇㅇ길'이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한 편의 글이 전하는 메시지가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두루뭉술하게 쓰면 아무것도 줄 수 없습니다. 그건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에게도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뼈대 짜고 소재를 정하고 메시지까지 결정하고 쓰는 글이라고 완벽하게 써내는 건 아닙니다. 시작이 쉽지 않은 반면 써 내려가는 속도나 짜임은 훨씬 나을 수 있습니다. 이 방법도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생각이 많다 보니 선택을 못한다는 겁니다. 또 구상할수록 곁가지로 빠지기 쉽고 결국 생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둘 중 어느 방법이 최선이라고 선뜻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듯 쓰는 방법도 사람수만큼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둘 중 더 나은 방법을 추천하자면 구상을 먼저 하고 쓰는 글입니다. 저마다 글 쓰는 목적이 다르겠지만, 저는 글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깨달음은 못 주지만 경험을 공유하면 공부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목적에 맞는 건 구상하고 쓰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도 못하고 선택 앞에서 망설여지는 게 어디 취준생만 할까요? 어떤 방법으로 글을 시작하든 한 가지는 명확했습니다. 지금 쓰는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입니다. 내가 누군인지 글로 표현하는 자소서는 구체적일수록 잘 읽힐 것입니다. 면접관도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해야 면접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쓰려는 글도 구체적이고 선명할수록 독자의 선택과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매번 AI처럼 뚝딱 써내면 좋겠지만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꾸준히 쓰다 보면 자기만의 방법도 찾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메시지도 선명해질 것입니다. 둘 다 경험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성을 다해 두드리면 열리면 취업문처럼 반복하다 보면 더 나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게 될 거로 믿습니다.  


2023. 02. 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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