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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09. 2023

글쓰기가 재미있어지는 방법

2023. 02. 09.  07:34


"2년 동안 이렇게 사신 거예요?" 

"저희는 전체 배관을 새로 교체했으니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간혹 부품 불량으로 수압이 약한 경우도 있어요. 진작 말했으면 조처해 드렸을 텐데요."

2년 전, 30년 된 노후 배관을 교체하는 공사가 있었다. 그즈음부터 온수를 틀면 수압이 약해 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당연한 줄 알았다. 온수 배관을 새로 교체하면서 세대별로 공급하는 수압을 일부러 낮춘 걸로 생각했다. 난방비를 아껴주기 위해서 말이다. 촉이 남다는 아내는 수시로 수압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도 나도 아내도 관리실에 물어보지 않았다. 2년 동안 불편을 감수하고 살다가 어제 드디어 새 부품으로 교체했고 살이 따가울 만큼의 수압을 체감했다. 


출장을 마치고 이틀 만에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한 톤 높여 온수를 고쳤다고 말해줬다. 살면서 겪는 여러 사건 중 하나였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덜 불편했을 일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 종류의 일뿐 아니라 여러 일을 겪으며 산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도 겪고 말이 되는 당연한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삶은 자잘한 사건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작든 크든 우리가 겪는 일에는 저마다 의미를 남기게 마련이다. 어제 있었던 일도 '당연한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불편을 겪지 않을 텐데'라는 교훈을 배우게 된 일이다. 모든 일에 의미를 따져가며 살 수는 없겠지만 이를 눈치채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삶의 만족도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며칠 동안 글감 때문에 애를 먹었다. 고민 끝에 건너뛴 날도 있었다. 수십 분 고민 끝에 쥐어짠 소재로 근근이 한 편을 써낸다. 다양한 곳에서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생각만큼 잘 안 된다. 글 쓰는 이들에게 공통된 고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메모를 하고 녹음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그래야 소재를 찾는 게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기록하는 습관은 소재를 찾는데 당연히 효과 있다.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기도 하다. 일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록할수록 일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사소해서 지나치기 쉬운 부분도 관심을 가지면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 보면서 같은 일상을 다르게 보려는 노력이다. 그런 노력이 쌓이면 별일 없는 일상 그 자체가 훌륭한 글감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온수가 약해서 불편을 겪어도 그로 인해 삶이 뒤흔들릴 만큼은 아니었다. 충분히 감수하고 살 수 있는 것 중 하나였다. 그래도 관리실에 물어봤고 간단한 부품 교체 작업을 거쳐 편하게 온수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사소한 일도 글감으로 얼마든 쓸 수 있다. 쓰면서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의미 있는 일이 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쓰겠다고 마음먹고 쓰면서 나름 의미를 부여한다면 글감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로 글감을 정의해 본다면 글쓰기가 훨씬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거 안다. 앞서도 적었듯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같은 일상을 다르게 보려는 노력, 자기만의 시선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 사소해 보여도 배울 게 있다는 태도를 갖는 노력이다. 


모든 물체는 마찰력을 갖는다. 물체를 움직이려면 마찰력보다 더 큰 힘을 가해야 한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일종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마찰력이다. 저항을 극복하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수많은 사건의 연속인 우리 일상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을 조금 다르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테다. 그런 연습이 쌓이면 글쓰기를 방해하는 마찰력쯤은 거뜬히 물리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산다지만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일상을 살게 될 것이다. 그저 조금 다른 시선과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일상에서 글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면 글쓰기도 훨씬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2023. 02. 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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