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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10. 2023

휴게소 음식 틈새시장

2023. 02. 10.  07:34


내 주변에는 음식에 진심인 분이 많다. 그들을 보면 먹는 즐거움은 쉽게 포기되는 게 아닌가 보다. 워낙이 일상이 팍팍해 음식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는 것일 수 있다. 하루 세 끼는 기본, 간식에 야식까지 입이 쉴 틈을 안 준다. 살이 찌고 몸속 수치가 위험 신호를 보내도 선뜻 포기하지 못한다. 먹는 즐거움마저 잃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여겨서 인 것 같다. 포기가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스마트폰만 열면 언제 어디서든 편하고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한 몫한다. 다양한 음식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었다는 것도 그렇다. 여러 장소가 있겠지만 그중 호불호가 없는 한 곳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지방 출장이 잦은 편이 아니다. 당일로 다녀오다 보니 주로 기차를 탔다. 엊그제 대구, 부산으로 출장이 잡혔다. 전달할 물건이 있어서 자가용을 이용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이동 시간은 5시간 30분. 도로가 막히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출근 시간을 피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동안 막히는 구간은 없었다. 출발 후 1시간 반 만에 휴게소를 들렸다. 이른 시간이라 편의점 말고는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사고 기름을 넣은 뒤 다시 출발했다. 2시간 남짓 더 달려 다시 휴게소에 들어갔다. 제법 휴게소답게 사람으로 붐볐다. 졸음을 쫓기에 커피 한 잔으로 부족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둘러봤다. 


2년 전 식단관리를 시작하고부터 가려서 먹고 있다. 액상과당이 든 음료수, 당이 높은 과자, 아이스크림, 빵 등을 적게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걸 정하고부터 손이 가는 음식 수가 줄었다. 특히 휴게소 음식 중 선뜻 손이 가는 음식이 없었다. 라면, 가락국수, 핫도그, 핫바, 호두과자, 빵, 과자, 떡볶이, 어묵 등 누구나 찾는 손에 꼽히는 간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마음만 먹으면 간식으로 몇 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장시간 이동하려면 운전자 동승자도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먹는 걸 빼놓을 수 없기도 하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휴게소 간식 대부분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간식에 든 당 성분을 짧은 시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려 졸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 졸음을 쫓기 위해 먹는 간식이 오히려 독이 된다. 그렇다고 먹지 말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휴게소를 매일 찾는 것도 아니고 배가 부를 만큼 폭식을 하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나도 운전 중 입을 움직이기 위해 과자 한 봉지 사 먹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휴게소 안을 한 바퀴 돌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없지? 쉬운 예로 샐러드를 들 수 있다. 야채는 풍부한 식이섬유와 건강한 탄수화물로 포만감도 느끼고 당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장시간 운전자에겐 오히려 더 필요할 수 있다. 다만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아마도 먹는 즐거움 때문에 선뜻 판매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건강한 음식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휴게소에서도 야채나 과일 등 자연에서 얻는 식재료를 준비하면 분명 찾는 사람도 있을 테다. 선택의 기회를 만들어주면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틀 동안 1천 킬로미터를 이동했다. 몇 곳의 휴게소를 들락거렸다. 부담 없이 손에 들 수 있는 게 간식이 없었다. 안 먹는 것보다 뭐라도 먹으면 졸음을 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적게 먹으면 괜찮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믿음은 배신했다. 졸음 때문에 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집에 도착해 깨달은 한 가지는, 이제는 장시간 운전 못하겠다. 혼자 하는 운전은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휴게소에서도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랐다. 그때가 오기는 할까?


2023. 02. 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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