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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r 17. 2023

당당한 '나'로 사는 글쓰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가격을 깎아달라고 말합니다. 상대방은 잘 안 들리는지 다시 한번 말해 달라고 합니다. 그 말에 더 긴장해 목소리는 더 기어들어갑니다. "저기 제 말은 제시한 금액에서 1퍼센트만 더 깎아줬으면 합니다." 냉랭한 목소리는 검토해 보겠다는 말로 통화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잠시 뒤 전화가 왔고 예상한 대로 가격은 조정하지 못했습니다. 구매 담당자가 말을 제대로 못하면 겪게 되는 일입니다. 위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깎으라고 성화입니다. 말이 서툰 저는 회사에 도움일 될 만큼 냉정하게 깎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눈치까지 보니 입이 안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오기가 생겼습니다. 하고 싶은 말 제대로 하면 살고 싶었습니다. 상대가 받아들이든 말든 우선 내 원하는 것부터 당당하게 요구했습니다. 협상은 다음 문제였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어깨 펴고 다리 꼬고(일종의 자신감) 목에 힘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태도가 말투를 바꾼 것 같습니다. 거만이 아닌 당당해지자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먼저 주눅들 필요 없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구매하는 쪽이니 더 당당해질 필요 있었습니다. 쌍팔년도식 갑을 관계를 말하는 건 아니니 오해 안 하셨으면 합니다.

태도가 바뀌고 말투가 달라지면서 성공 확률도 높아졌습니다. 요즘 워낙 경기가 어려워 막무가내로 깎아달라고 못합니다. 상대방이 수긍하고 제가 결재받기 수월한 선에서 조정합니다. 그래야 서로 먹고살 수 있을 테니까요. 성공 횟수가 많아지면서 자신감도 더 높아졌습니다.


'언젠가부터'가 언제인지를 따져봤습니다.  책을 읽은 것도 한몫했지만, 제 생각에 글을 쓰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보통 용기로는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몇 줄 안 되는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르기까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짧게 끝냈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 나를 던지고 나면 무슨 일이든 생기겠지 싶었습니다. 웃긴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제 글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당당하게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 내 마음대로 풀어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글이 쌓이면서 제 글에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쓴 글 덕분인지 글에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남의 기준이 아닌 오롯이 내 기준의 자신감이었습니다.


내 글인데 남의 눈치 남의 기준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남들이 떠드는 소리는 한 귀로 흘리면 그만입니다. 대신 제게 쓴소리는 귀담아들었습니다. 쓴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도 했고요. 그런 노력이 쌓여 글도 말투에도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웬만하면 다 하는 편입니다. 긴장하는 버릇도 줄었고요. 글 쓰고 책 읽는 덕분에 말이 서툰 단점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이왕 자신감 근육을 붙이고 있으니 한 발 더 디뎌보려고 합니다. 제대로 준비한 책 쓰기 강의를 준비 중입니다.

5년 동안 매일 책 읽고 글 쓰면서 저에게 생긴 변화, 5년 동안 매일 책 읽고 글 쓰면서 배우게 된 것들, 5년 동안 책과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내 일을 찾게 되었는지, 배우고 경험하고 실패하고 성취하면서 얻은 것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앞으로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살지 저도 제가 궁금합니다.



글쓰기에는 비밀스러운 힘이 있다. 

자신의 글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읽히느냐가 글쓰기를 계속하게 하는 힘이 아니다. 

글쓰기 자체가 글을 쓰게 한다. 글쓰기는 주체가 되는 경험이다.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창조하는 '나'이며, 나는 그 과정에서 '나'를 진정으로 느끼게 된다.

글쓰기 안에서 살아있음을 경험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글쓰기의 모험》 - 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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